[이 현장 이 문제] '10년 표류' 물류단지 빨리 조성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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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여년동안 공단이다 물류단지 개발이다 말만 무성했습니다.그 때문에 애꿎은 농사만 망쳤어요.”

대구 북구 검단동 일대 경부고속도로 북편과 금호강 사이 41만평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민들은 “각종 개발계획 차질로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이 일대 농지 41만5천평에 물류단지 개발을 추진,96년 7월부터 1년간 사업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을 거쳐 98년 3∼5월 사업자를 공개 모집했다.

그러나 입주의사는 있지만 직접 개발에 나서려는 업체는 없었다.

내륙컨테이너기지와 컨테이너 야적장,집배송센터,도·소매시장,자동차판매장 등 물류·상업시설 등을 갖추려는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

대구시는 이후 영남권 내륙화물기지 유치를 추진했지만 건설교통부가 철도인입 애로,비싼 땅값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개발계획이 잇따라 표류하고 있다.

개발이 차질을 빚어 농사만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

이곳은 농산물저온창고·축사 등을 짓기 위한 농지전용이 불가능하다.

대구시 ·북구청이 ‘우량농지’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곳은 또 농지이면서 자연녹지여서 건축법에 따라 주택을 지을 수 있지만 농지전용 불허로 이 또한 불가능하다.대구시가 공단조성을 추진한 89∼92년 농민들은 비슷한 제약을 받았다.

농민협의회 김수진(金洙珍)회장은 “농민들이 개발 기대심리로 농업기술 ·장기 영농계획 수립,시설 재투자에 무관심해져 결과적으로 농민만 손해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합영농시설 등이 어렵자 농민들은 주로 벼농사 ·채소재배에 의존하고 있다.

불만은 또 있다. 농민들은 “물류단지 동시개발을 조건으로 혐오시설인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포함)착공에 동의했는데 대구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설계를 변경해 오히려 냄새 나는 축산부산물 판매장을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농민들은 그래서 도매시장 착공때 두달가량 부산물 판매장 설치에 반발,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농민들은 앞으로 농번기를 피해 시청방문 시위 등을 검토중이다.

대구시는 그러나 “이 일대가 지역경제를 위해 쓸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땅”이라며 물류단지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

대구시 관계자는 “사업추진 당시 조기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그뒤 IMF가 터져 그렇게 되지 못했다”며 “조기개발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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