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 페루 대통령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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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혼혈 인디오 가문의 16남매 가운데 아홉째인 구두닦이 소년 톨레도가 대통령이 됐다.

스페인 식민지를 거친 중남미 국가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페루는 1812년 독립한 이래 줄곧 백인 엘리트들이 대통령직을 독점해왔다. 심지어 일본계인 후지모리도 대통령이 됐으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은 없었다.

안데스 산간마을에서 벽돌공의 아들로 태어난 톨레도는 복권판매.구두닦이 등 고학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정부 장학금을 받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교수, 세계은행 임원 등으로 일하다 귀국해 정계에 입문했다.

인구의 95%를 차지하지만 정치에서 소외돼 왔던 페루 원주민들은 이처럼 입지전적 인물인 톨레도에 열광했다. 그는 1995년 대선에선 낙선했지만 지난해 재출마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선거부정과 부정부패를 집중 부각시켜 페루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 됐다.

반면 리마 등 수도권 지역의 중간층에선 지지기반이 약한 편이고, 선거 종반전엔 마약 복용 전력과 사생아를 뒀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전했다.

톨레도 당선의 또다른 주역은 다름아닌 부인 엘리안 카프(47). 엘리안은 벨기에 국적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유대계 백인이지만 고대 잉카 언어인 케추아어로 연설, 원주민의 표를 얻는 데 큰 몫을 했다.

7개 언어를 구사하는 엘리안은 대학시절 만난 톨레도와 사이에 딸 하나(18)를 두고 있다. "당선하면 페루 국적을 신청하겠다" 던 약속을 지킬지가 관심거리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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