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를 입은 오페라 '레퀴엠'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베르디 서거 1백주기를 맞아 세계 각지에서 그의 오페라가 대거 상연되고 있지만, 올해 들어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것은 '레퀴엠' (1874년 작곡)이다.

오페라단.합창단.오케스트라 등이 주축이 돼 앞다투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콘서트 무대에서 오페라 못지 않은 다채로운 선율과 음악적 깊이를 느낄 수 있어 오페라 '아이다'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네 명의 독창자와 합창단.오케스트라를 위한 방대한 규모로 극적인 감동을 더하는 이 작품을 가리켜 '성의(聖衣)를 입은 오페라' 라고 말했다. 게다가 레퀴엠 자체가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이라 추모공연에 적절한 내용이다.

호국의 달을 맞아 서울시향과 성남시립합창단.수원시립합창단이 각각 베르디의 '레퀴엠' 을 상연한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처럼 대편성 오케스트라(또는 합창단)와 독창자가 추가로 필요한 까닭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 국내에선 연주기회가 드문 작품이다.

서울시향(지휘 마르크 에름레르)의 무대는 오는 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서울시합창단.서울대합창단.소프라노 티치아나 두카티.메조소프라노 장현주.테너 안토니오 데 팔마.베이스 김요한 등 모두 1백84명이 출연한다.

오페라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지휘자.독창자들이 펼치는 관현악과 성악의 향연이다. 5천~3만원. 02-399-1630.

오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성남시립합창단(지휘 이기선)의 무대는 세계디자인총회의 성남시 개최를 축하하는 공연.

수원.인천시립합창단도 가세해 합창단만 1백30명이 무대에 선다. 코리안심포니(70명)가 반주를 맡고 소프라노 양혜정.메조소프라노 김학남.테너 신동호.베이스 유상훈 등 중견 성악가들이 독창자로 나선다. 5천~5만원. 031-729-5436.

오는 20일 수원 경기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수원시립합창단(지휘 이상길)의 공연에선 성남.인천시립합창단과 함께 1백20명이 무대에 서고 수원시향(80명)이 반주를 맡는다.

소프라노 박미자.메조소프라노 장현주.테너 최성욱.베이스 박흥우. 연주시간은 1시간30분. 서울시향. 성남시립합창단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악장 사이의 박수나 중간 휴식이 없이 진행된다. 3천~5천원. 031-228-2816.

베르디의 '레퀴엠' 은 선배 작곡가인 로시니의 추모 미사에서 연주할 목적으로 착수했다가 결국 친구인 시인 알렉산드로 만조니의 추모공연에서 작곡자의 지휘로 초연됐다. 베르디 서거 1주기(1902)와 탄생 1백주년(1913)기념공연에서도 연주됐다.

밀라노 산 마르코 성당에서 초연됐지만 일반적으로 콘서트홀에서 연주된다. 초연 당시 오케스트라는 1백10명, 합창단 1백20명이 참가했고 이듬해 런던 로열앨버트홀에서는 합창단 1천2백명, 오케스트라 1백50명이 무대에 올랐다. 런던 공연도 작곡자가 지휘했다.

베르디 자신이 무대에 따라 합창과 관현악 편성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초연 때는 '분노의 날' 이 끝난 후 중간 휴식을 취했고 '신의 어린 양' 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