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외국인만 쳐다보는 '천수답' 장세 이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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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순풍에 돛 달았던 증시가 삼각파도를 만나 뒤뚱거리고 있다. 첫 파도는 나스닥 훈풍이 돌풍으로 바뀌면서 몰아쳤다. 나스닥지수가 2, 200 아래로 떨어지자 외국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외국인은 지난주 1천3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둘째 파도는 경기회복 조짐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데 따른 실망감에서 비롯됐다. 지난주 나온 국내 산업활동 동향은 여전히 경기가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줬고, 미국 기업들의 체감경기지표인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5월 말부터 나오는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전망치도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았다.

셋째 파도는 증시 수급사정에 대한 걱정에서 나왔다. 고객예탁금이 한때 9조5천억원을 넘어 개인들의 주식매수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그야말로 기대에 그쳤다. 지난주 말 고객예탁금은 8조8천4백억원으로 떨어져 개인들이 외국인에게 주식을 팔아 확보한 돈을 그대로 빼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모처럼 주식을 사들이던 기관이 자금력의 한계를 느끼고, 개인은 떠나는 상황을 맞아 증시는 다시 외국인들이 돌아올 날만 기다려는 '천수답' 신세가 된 셈이다. 국민연금이 6천억원의 자금을 이달 중 투입할 예정이지만 돈을 맡길 투신.자산운용사의 선정 과정을 감안하면 중순 이후에나 주문이 나올 전망이다.

게다가 다음주 목요일(14일)의 더블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만기일)가 다가오면서 5천억원 규모의 차익거래 잔고가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등장했다.

이번주 증시는 반등보다 방어 능력을 시험받게 될 것 같다. 종합지수 600선을 지켜 믿음직한 지지선으로 만들지 여부가 관심이다. 지수 600은 심리적 상징성에다 20일 이동평균선(603)과 맞닿아 의미를 더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나 현대투신의 대외 매각 협상에서 호재가 나오면 600선 방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틈새시장에서 항상 그렇지만 중소형 실적호전주들의 각개약진은 지수 움직임과 상관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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