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바란다] 3기 독자위원회 5월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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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 제3기 독자위원회(위원장 金鼎基 한양대 교수)가 지난 23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5월 모임을 가졌다.

토론에는 金위원장과 신종원(辛鍾元)서울YMCA시민사회개발부장.김주영(金柱永)변호사.조은경(曺恩慶)춤지 편집장.안재홍(安宰弘)프런티어 이노베이션 상무.이필상(李泌相)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 등 독자위원들이 참석했다.

본지에서는 이헌익 문화.스포츠 에디터, 김영섭 여론매체부장, 문화부 이경철 부장, 안희창 통일외교팀장, 사회부 이연홍.산업부 김시래.국제부 채인택 차장 등이 참석했다.

▶김정기=신문은 장관인사에 대해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한다. 22일자에서 3개 지면을 안동수(安東洙)법무장관 임명 보도에 할애했으나 자질과 전문성.경력에 대한 검증 등의 정보가 신변잡기나 검찰총장 내정자와 관련한 정치적 의미 등에 밀려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앞으로 중앙일보가 적임자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자체 판단 기준을 만들어 사실상의 인사청문회를 대행했으면 한다. 각종 정부기관.단체의 낙하산 인사와 경영실적 등도 지속적으로 추적보도해야 한다.

▶김주영=23일자 1면에서 安장관의 취임사를 작성했다는 동료 변호사의 골프 행적을 취재해 진상을 밝힌 기사는 기동성이 돋보였다.

▶안재홍=5.16 40주년 좌담에서 참석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냥 '박정희' 라고 불러 귀에 거슬렸다. 내용도 긍정.부정 양 측면을 다루지 않았고 좌담자의 입장이 대동소이해 지루했다.

▶김정기=14일자 8면 박노항 원사의 병역비리와 관련한 특집기사는 사건의 본질과 핵심쟁점을 종합정리하면서 흐지부지돼가는 수사의 문제점을 일깨워 줬다. 이제 흥미위주 보도를 지양하고 객관적 실체를 파헤치는 탐사보도를 했으면 한다.

▶신종원=김정남이 일본에서 추방된 사건은 대부분의 언론이 동행한 여자가 누구였느냐는 선정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더욱이 손잡은 여성이 부인이었느냐 아니었느냐의 기사도 내용이 엇갈려 혼란스러웠다.

▶이필상=김영희 대기자의 투데이는 복잡한 외교현안의 핵심을 짚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7일자 칼럼에서는 북한 지도자에 대해 너무 단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느꼈다. 김정남이 일본에서 강제 추방당한 것을 방종이라고 규정했으나, 강제추방 건만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신종원=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 확대와 관련한 19일자 12면 기사에서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한쪽 입장만을 부각시킨 것 아닌가.

▶김주영= '기업애로사항 확 풀어주자' 는 14일자 사설은 규제완화라는 명분하에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같이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는 제도의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또 18일자 시론 '재벌 규제에서 견제로' 라는 글은 모호한 논리로 규율과 규제를 혼동시키며 재벌개혁 완화를 촉구했다고 본다.

▶조은경=16일자 경제면에서 전.월세난을 보도했다. 집 없는 사람에겐 심각한 문제인데도 너무 소홀히 다뤘던 것 같다. 강남이나 상계.중계.목동 등의 아파트촌에는 아예 전세가 없다고 한다. 중앙일보의 장기인 심층취재로 다뤘으면 한다.

▶김정기=지난달 27일자 29면의 산업생산 증가 '게걸음' 기사는 올 3월과 지난해 3월을 비교하면서 무슨 분야가 몇 % 증가 또는 감소했다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기사는 수치를 늘어놓는 식을 지양하고 수치의 현실적인 의미를 전달했으면 좋겠다.

▶김주영= '한동대 총장 구명, 퇴진공방' (21일자 29면)은 '한동대정상화추진위원회' 라는 지역단체를 시민단체로 소개했는데, 시민단체라는 통칭을 남발하기보다는 그 단체의 명칭을 직접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필상= '지방을 살리자' 시리즈는 1부에서 서울집중 현상의 문제점과 해소책을 잘 소개했으나 2부에선 기획이 단순나열에 그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관광산업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강조하는 등 지역경제 부응 측면만 다뤘고 문화.교육 등은 소홀히 취급했다.

▶김정기=정부가 발표한 '생명윤리법' 시안을 놓고 각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비교.분석한 19일자 5면 기사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해설이 돋보였다.

▶안재홍=성(姓)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의 얘기를 다룬 16일자 '난 왜 아빠랑 성이 달라' 제하의 기사는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다만 친양자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도 함께 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신종원=친양자법 문제를 다루면서 공지영씨의 기고를 실은 것은 참신했다. 친양자법 문제 외에 혈족주의.아동 매매 등의 문제도 기획으로 다루면 좋겠다.

▶김정기=29일 끝난 '기초를 다지자' 는 그동안 간과해온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일상적 감시 기능을 적절히 수행한 기획물이었다. 다만 식품리콜제가 제도적 미비와 기업의 비협조로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비판한 14일자 시리즈에서 전문가 대책의 제목이 '소비자부터 부정적 인식 바꿔야' 였다. 그러나 기사에선 소비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신종원=제목이 선정적일 때가 있다. 고은씨의 미당에 대한 비판에 '칼 꽂다' 라는 표현이 있었고, '이멜다 쳐라. 칼 뽑은 아로요' 라는 제목도 있었다. 고은씨에 대한 이근배씨의 반론 때도 '칼을 뽑다' 는 표현이 나왔다. 정부 정책이나 입법에 관한 기사제목도 단정적일 때가 많다. 앞으로 입법을 '추진' 하겠다는 내용을 단정해서 표현하면 독자들이 기정사실화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안재홍=서상록씨가 자기 돈을 써서 미디어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등을 했다는 내용을 왜 실었는지 모르겠다. 기사를 읽고 기분이 나빴다.

▶조은경=17일자 '인하대병원 영재병원 인기' 기사는 엄마들이면 다 아는 얘기인데 조금 황당했다. 병원이름까지 넣어 기사화할 필요가 있었나.

▶안재홍=17일자 '눈 성형 제때 해야' 제하의 기사는 정보 차원에서 좋은 기사였다. 그러나 특정병원을 뽑아 표를 만들 경우 리스트에서 제외된 병원들 입장에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필상= '내 마음 속의 공간 1번지' 는 공간을 단초로 필자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매력적이다. 다만 너무 감상으로 치달아 개인의 고백에 갇히는 경우가 많았다.

▶조은경=외국 스타디움은 별명과 애칭도 있는데 우리는 경기장 이름도 알려지고 있지 않음을 지적한 손장환 차장의 칼럼(12일자 7면)에 공감한다. 그런데 체육면을 주의깊게 보다 보니 중앙일보 역시 수원경기장(14일).상암동 경기장(16일) 등으로 정식명칭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김정기=18일자 미디어면(11면)의 '공영TV의 채널운영 공공성 무시' 보도는 시의적절했고, 신문들이 반론 기회 제공에 인색하다고 지적한 기사는 건전한 매체비평이 어떻게 진행돼야 할 것인가를 예시했다. 성숙함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중앙일보=여러 가지 지적에 대체로 공감한다. 지면 제작에 참조하겠다. 전.월세난을 자세하게 다루지 않은 것은 이미 심층취재 기사가 나갔기 때문이다.

눈 성형 기사와 관련해 표에 실은 병원들은 검증된 곳이어서 소개한 것이다. 종합병원만 쓰면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될 수 있음을 감안해 일부 개인병원도 안배했다. 김정남과 동행한 여성의 신분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아직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기사를 취사선택하겠다. 또한 거대담론 뿐 아니라 생활 관련 기사의 개발에도 힘쓰겠다.

정리=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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