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고치 돌파 이후 증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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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고치를 돌파하면서 증시의 대세상승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620대에서 일주일째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주가가 한단계 올라서는 데는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소식이 큰 도움이 됐다. 일단 큰 산을 넘은 만큼 주가의 상승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가상승의 대전제인 경기회복이 아직은 기대 수준에 그치고 있어 대세 상승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 외국인이 끌고 기관이 밀고〓역시 외국인이 일등공신이다. 5월 들어서만 다시 1조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최근 주가지수 선물을 집중 매수하며 시장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주가지수 선물을 산다는 것은 시장 전체가 오르는 쪽에 베팅한다는 의미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블루칩에 이어 옐로칩을 매집해온 외국인이 종목발굴에 애로를 겪자 아예 시장 자체를 투자대상으로 삼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 해석했다.

외국인들의 매수로 지수선물 가격이 오르다보니 프로그램 매수주문에 이끌려 현물 주식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는 형국이다. 또하나 주목할 것은 근래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매수주문이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이다. 투신사들이 최근 5일간 약 3천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을 비롯, 은행과 보험사들도 조금씩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외국인들이 우량주를 싹쓸이하듯 거둬들이자 국내 기관들은 경기회복과 맞물려 주가가 본격 상승할 때 정작 주식을 사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 것 같다" 고 진단했다.

◇ 경기회복 가시화가 관건〓문제는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중 산업활동동향을 봐도 산업생산 증가율과 제조업가동률이 떨어졌고, 재고는 다시 늘어나는 등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경기는 빨라야 4분기께나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며 "주가가 경기에 선행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본격 상승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보기는 이르다" 고 말했다.

安이사는 "지금 증시는 대세상승에 앞서 이를 준비하는 대세전환 국면 정도로 봐야 한다" 며 "좀 더 싼 값에 주식을 살 기회가 앞으로 주어질 것인 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고 밝혔다.

제일투신운용 김성태 주식운용팀장은 "외국인들은 세계경기가 회복될 경우 경기에 민감한 수출의존형 기업들이 많은 한국이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주식을 선취매하고 있지만, 경기호전이 생각보다 늦으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 내수관련주 중심 종목장세 전망〓증시의 대세흐름과 상관없이 개별종목의 주가 움직임은 계속 활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석중 이사는 "올 연초 유동성 장세 때와는 달리 이번 상승장세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히 실적과 재료가 뒷받침되는 종목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 이라며 "경기와 상관없이 이미 실적이 뚜렷하게 좋아지고 있는 현대백화점.호텔신라 등 내수 관련주들을 계속 주목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온기선 이사도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점에 비추어 당분간 내수관련주와 금융주가 장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고 밝혔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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