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진주시 학교주변 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남의 삽짝(사립문)에 자전거를 세워두면 우째(어떻게)다니란 말이고.학교에 학생들 자전거는 못 들어가게 하면서 교사들 자가용은 세워 놓는 것이 말이 되능교.”

28일 오전.경남 진주시 D중 ·고 앞 주택가에 가득 세워진 자전거 사이를 비집고 가던 金모(65 ·진주시 이현동)씨는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다.金씨 집 대문 앞에는 학생들이 등교하는 날이면 자전거 수십 대가 세워져 사람이 드나들기 어려울 정도.

이 학교 앞 주택가에 이날 세워진 자전거는 4백여 대.전교생(2천여 명)5명에 1명 꼴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학교측이 자전거를 학교 안에 들여놓지 않으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 학교는 자전거 통학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전거를 못 타게 하고있다.그러나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에 사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온다.

학생들은 학교에 자전거를 가지고 갈 수 없게되자 학교 인근 주택가에 자전거를 세워둔 채 학교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등교 때마다 집 근처에 학생들의 자전거를 못 세우도록 짜증을 내고 학생들은 몰래 세운 뒤 도망가는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학생들은 학교 운동장에 자전거를 세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버스 타기가 불편해 노선이 불편해 진주시 망경동에서 2년째 자전거 통학을 하는 李모(14 ·D중학교 2년)군은 “버스 타기가 불편해 2년째 자전거 통학을 한다”며 “등 ·하교 때마다 주민들로부터 욕을 먹다 보니 자전거 타는 것이 큰 죄가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D 중 근처의 N중도 사정은 마찬가지.진주시내 간선도로변인 이 학교 앞과 건너편 인도에는 학생들이 타고온 80여 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보행자들이 너비 4m 정도의 인도 절반쯤 차지한 자전거 사이를 지나 다닌다.

이 학교도 자전거 통학을 금지하자 학생들이 몰래 타고 와 학교 밖 인도에 세워둔다.학생들은 자전거를 세울 때마다 도로변 가게 주인들부터 꾸중을 듣기 일쑤다.

경남지역 대부분의 중 ·고는 1999년 말 진주시내 모중학 학생이 자전거 통학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지자 자전거 통학을 금지했다.

그러자 자전거 통학생의 학부모들은 학교측이 안전교육을 철저히 시킨뒤 자건거 통학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학부모들은 행정기관은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데 교육당국은 자전거 이용을 막는 등 서로 손발이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자전거 도로만 만들지 말고 자전거 이용이 많은 학교앞 등에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경남도는 1996년부터 3백억원을 들여 창원 ·진주 ·진해 ·김해 ·거제 등 5개 도시에 자전거 도로 3백9㎞를 만들었다.

참교육 학부모회 권춘현(權春鉉)진주지부장은 “학생 지도 편의주의에 빠진 학교들이 자전거로 통학하는 학생들의 건전한 의식을 죽이고 있다”며 “경찰 ·시민단체의 협조를 얻어 안전교육 ·교통지도 실시 등의 안전대책을 마련한 뒤 자전거 통학을 허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