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6. 자동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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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자동차 산업을 '산업 중의 산업(Industry of Industry)' 이라고 불렀다. 2만여개의 부품이 하나로 조립되는 20세기 기계산업의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의 흐름은 자동차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기술(IT).신소재.에너지 기술 등을 접목해 새로운 첨단산업으로 거듭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격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도약과 쇠퇴의 기로에 서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실태와 전망, 발전 방안을 진단한다.

미국의 양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는 1996년부터 자동차에 인공위성과 무선통신 기능을 추가했다. 달리는 차안의 운전자가 무선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나 용무를 챙기고, 고장이 발생하면 원격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을 만들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차 지붕을 플라스틱으로 만든 차를 내년부터 시판할 계획이며, 독일 폴크스바겐은 휘발유 1ℓ로 1백㎞를 달리는 차를 내년 4월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전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들어 자동차의 개념을 '이동 수단' 에서 '움직이는 생활공간' 으로 바꾸고 정보기술(IT).신소재.에너지 기술 등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20세기형 산업' 인 자동차 산업이 IT.환경.신소재 기술 등의 발전과 함께 21세기에도 '신경제의 동맥' 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흘러간 굴뚝산업이 아니라 21세기 새 생활양식을 만들어 내고 나라를 먹여 살릴 신(新)기간산업이란 얘기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지금도 제조관련 고용 24만명, 부품.정비.판매.운수.보험 등 전후방 인원 1백67만명으로 생산(97년)의 10.2%, 수출(98년)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홍재 연구위원은 "80년대 초 미국이 특별법까지 만들어 크라이슬러에 45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모든 나라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는 일이 흔했으며, 이같은 국가적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 경쟁의 법칙이 달라진다〓전문가들은 인터넷.디지털 기술 발전이 차 산업의 경쟁 법칙을 바꾸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전엔 남들이 먼저 개발.생산하는 차를 낮은 비용으로 베껴 만드는 이른바 '뒤쫓아가기 전략' (catch-up 전략)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안 통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수석연구원은 "자동차용 정보통신 서비스 등의 경우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먼저 시장을 장악한 업체가 '시장 표준' 이 되고 부가가치를 독차지한다" 고 말했다. 표준기술이 없으면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어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원리가 지배한다는 얘기다.

거대 메이커들이 최근 기술개발의 위험부담을 나누거나 서로의 기술을 바꾸는 '적과의 동침' 도 서슴지 않는 것은 바로 이 시장표준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GM 잭 스미스 회장은 "자동차 메이커는 앞으로 혼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고 잘라 말했다.

◇ 미래 경쟁력이 문제=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대우자동차 문제만 빼면 겉보기에는 순항 중이다. 특히 생산 능력에 강점이 있어 가격에 비해 좋은 차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도시 디트로이트 인근인 앤 아버의 자동차산업연구소 데이브 콜 소장은 "현대차는 미국에서 엑셀 신화에 이은 '제2의 물결' 을 이루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안전.디지털 기술로 들어가면 앞길이 아득하다. 현대차는 미국 연료전지 업체 IFC와 공동으로 내년까지 3년간 7백15억원을 들여 연료전지 개발을 하고 있다.

반면 포드는 다임러크라이슬러 및 연료전지 업체 발라드와 손잡고 수억달러를 연료전지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GM도 일본 도요타와 손잡고 이를 개발 중인데, GM의 뉴욕 연료전지연구소 연구원만 3백60명으로 국내 업체와 비교가 안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최근 간부들에게 "기술에서는 혼다, 생산 대수에서는 도요타를 따라잡자" 고 말했다. 이런 다짐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갈래다.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갖든지, 아니면 세계적인 파트너를 잡아 공조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이영렬 기자

도움=복득규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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