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방류수도 활용하기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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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천덕꾸러기 하수처리장 방류수도 활용하기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질 수 있다.

충남 천안시 용곡.신방동과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일대 3백47가구 농민들은 올해같은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1백80㏊의 논에 무난히 모내기를 끝냈다.

천안시가 하수처리한 물을 하천에 버리지 않고 농업용수로 대주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하수처리장 방류수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

천안시가 신방동 하수처리장 준공 직후부터 생활오수를 농업용수 기준에 적합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8ppm 이하로 정화, 전용 수로를 만들어 인근 논에 무료로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종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 농민들은 모내기철만 되면 심한 물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저수지 하나 없는 것은 물론 인근 천안천은 도심에서 흘러든 생활하수 때문에 농업용수로 쓰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오염됐던 것.

올해의 경우 지난 26일까지 농민들이 공급받은 농업용수가 1백7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1만t)의 1.5배에 달한다.

농민 정한용(44.용곡동)씨는 "신방동에 처음 하수처리장이 들어설 때 혐오시설이라며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요즘같은 가뭄때는 하수처리장에서 공급하는 물이 없으면 논농사는 엄두도 못낼 만큼 효자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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