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법률서비스 '사이버 로펌'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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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범한 '사이버 로펌' 들이 수익을 창출해내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운영 중인 대표적인 사이버 로펌은 10여개. 그러나 서민에게 값싼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들의 근본취지는 수익 부재 앞에 흐지부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 수익모델이 없다=1999년 이래 출범한 사이버 로펌들이 내건 목표는 ▶고액 수임료 타파 ▶서민 접근 용이 ▶신속한 법률서비스 제공 ▶브로커 비리 제거 등이었다.

그러나 회사 운영의 기본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공염불이 되고 있다. 유료회원 회비와 광고수입 등은 회사 인건비를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게다가 수십억원대의 초기 투자도 족쇄다.

이에 최근 일부 사이버 로펌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합병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세오닷컴(http://www.oseo.com)의 최용석 대표변호사는 "실제로 법률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35세 이상의 성인들이어서 당초 기대에 못미쳤다" 고 분석했다.

◇ 고객을 감동시켜야=회사마다 1백~수백명의 회원 변호사가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 상담을 하는 변호사는 극소수다. 특히 자기 사건을 수행하기에도 바쁜 변호사들은 상담 건당 수만원인 '돈 안되는' 인터넷 상담에 정성을 쏟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민변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디지털로(http://www.digitallaw.co.kr) 김칠준 변호사는 "회원 변호사들이 새로운 법률문화를 창출하겠다는 각오로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고 말했다.

◇ 기존 폐습의 온라인화 우려=일부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사건을 수임하려는 것 아니냐" 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비스 혁명이 아니라 '사이버 브로커' 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대부분의 사이버 로펌에서 제공하고 있는 법조인맥 찾기 서비스 등이 기존 폐습을 온라인을 통해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 사이버 로펌의 미래=최근 일부 사이버로펌이 운영하는 전화 법률상담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초당 1천5백~2천5백원의 비용으로 변호사와 직접 통화하는 이 상담이 서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한 변호사는 "유료인데도 전화가 폭주하는 것을 보고 아직도 변호사와 이야기조차 나누기 힘든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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