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동교동 '정풍' 파워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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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결론내자. 더 이상 기다릴 순 없다. " (鄭東泳 최고위원)

"얽힌 실타래를 주먹으로 내리쳐 풀 수 있겠느냐. " (安東善 최고위원)

28일 민주당 확대당직자회의. 당정쇄신을 요구하는 초.재선 의원(9명)들의 '정풍(整風)' 운동 수습책을 마련하려고 소집된 회의지만 처음부터 삐거덕거렸다.

소장파 지지의 '선봉장' 을 자임해왔던 鄭위원이 1시간 만에 중도 퇴장, 회의는 뒤죽박죽됐다. 결론은 "중국을 방문 중인 김중권(金重權)대표가 29일 돌아온 뒤 열릴 최고위원 회의와 31일 의원 워크숍에서 논의한다" 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동교동계인 안동선 위원과 鄭위원의 충돌은 당내 중진과 소장파의 상반된 두 기류를 대비시켜 주었다. 이런 장면을 지켜본 대부분의 의원은 '최고위원의 무기력.무능력만 드러났다" 고 씁쓸해했다.

서울 출신 중진의원은 "정풍이 내분으로 번지고 있다" 면서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개입하지 않는 한 지금의 사태가 정리될 것 같지 않다" 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에 鄭위원을 무진 설득했었는데 안먹혔다. 통제불능" 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발언내용

▶安= "초.재선 6명의 애당적 충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공식기구를 통하지 않았다. 당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 정책.인사의 실패도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당의 분열로 비춰지는 것이다. 분열되면 재기불능이다. 모두 자중자애하자. 金대표가 돌아오면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의원 워크숍에서 모두 정리하자. "

▶鄭= "어제 정리된 내용과 安위원 발언은 차이가 있다. 문제 제기한 소장파 의원들로 당이 분열되는 게 아니다. 그들이 당의 희망이자 새 출발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분열로 규정해 함구하라 해선 진정한 단합은 어렵다.

(이런 문제 제기를)비정상적 방법이라고 하는데 정상적 통로가 기능하지 못했다. 최고위원들이 책임있게 이를 떠맡아 최소한의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

대부분의 최고위원.중진과 당내 동교동계는 安위원의 '수습 우선론' 쪽에 섰다. "해법은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없다" (金元基 위원), "재선의원들의 대통령 면담 요구를 청와대가 수용했다. 그런데도 성명을 발표한 것은 문제" (韓和甲 위원)라고 했다.

박상천(朴相千)위원은 "당정쇄신 외의 다른 목적에 주안점을 둬서는 안된다" 며 최근 소장파의 쇄신 촉구가 '당내 권력갈등' 과 연계됐다는 일각의 지적을 환기시켰다.

반면 추미애(秋美愛)지방자치위원장.이재정(李在禎)연수원장.송훈석(宋勳錫)수석부총무 등 초.재선 당직자들은 "단순한 초.재선 6인의 얘기가 아니다. 상황인식을 절박하게 받아들이라" 고 鄭위원의 '쇄신 우선' 에 손을 들었다.

회의에서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은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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