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특감 7명 징계… 실패한 정책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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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차흥봉(車興奉)전 보건복지부장관, 그리고 관련 공무원의 징계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

28일 국민건강보험재정 관련 특감 결과를 발표한 감사원 손방길(孫邦吉)제2차장은 복지부 실무자들에 대한 징계요구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특감 실사팀의 추적 결과 車전장관은 ▶부실하게 작성된 건강보험 재정안정 종합대책을 보고하거나▶국민불편 최소화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등 '직무태만' 혐의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 "車전장관 고발땐 부담될 가능성" =때문에 특감 실사팀은 "車전장관에 대한 검찰 고발이 불가피하다" 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열린 감사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고발문제를 거둬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장관의 정책적 판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검찰이 기소한 강경식(姜慶植)전 경제부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은 선례(先例)가 있다" 고 말했다. 車씨를 고발해도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집권 후반기에 있는 현정권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신 감사원은 정무직인 이경호(李京浩)복지부차관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인사자료 통보조치를 했다. 국.과장급 실무진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동안 복지부쪽에서 감사원의 징계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반발했고, 민주당도 당론으로 실무자들에 대한 징계방침을 반대한 점에서 볼 때 이같은 중징계 결정은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 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감사원의 이런 결정은 정책 준비과정에서 드러난 오류.직무태만은 철저히 책임을 추궁해 공직사회의 정책관리 분위기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정책실패 재발방지의 교훈"=감사원 특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강력한 진상규명 의지가 배경이 됐다.

金대통령은 지난 3월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는 수습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실패 자체도 따져봐야 한다" 고 강조했다.

때문에 감사원은 특감에서 ▶추가 소요재원 확보 대책 없이 의약분업 추진▶보험료 징수 및 보험급여 관리부실▶보험재정운용 관련기관의 방만한 운영문제를 골고루 짚었다. 이같은 특감결과는 이달말 복지부가 발표할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화 종합대책의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사원의 최종 특감 결과가 얼마나 실효를 갖게 될지는 다소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주요인이었던 의보수가 인상결정에 이번 징계대상자는 물론 여권 지도부가 깊숙이 개입했다" 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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