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풍 우리 겨냥" 동교동계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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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이 일으킨 '정풍' 의 출발은 안동수(安東洙)전 법무부 장관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잘못 천거한 '졸속 추천 책임론' 이다.

초.재선 의원들은 "인사정책을 공적 시스템이 아닌 비선(□線)라인에 의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 라며 추천.검증 절차를 문제삼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풍은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구파(舊派)쪽을 겨냥해 불고 있다. 동교동계는 정동영 최고위원이 소장파의 배후라고 내심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鄭위원의 2선 퇴진론 제기로 밀려났던 權전위원은 지난 3월 마포 사무실을 열면서 정치 현장에 복귀했다.

이달 초 權전위원이 '당권.대권 분리 전당대회론' 을 제기한 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동교동계의 비선 활동' 을 의심하는 얘기가 퍼졌다. 때문에 정풍의 최종 목표가 동교동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權전위원의 핵심 측근인 이훈평(李訓平)의원은 "(소장파들은)문제만 생기면 權전위원과 동교동계를 들고나오나. '비선' 운운하며 안개를 피우지 말고 떳떳하게 밝히라" 고 반발했다.

안동선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초.재선들의 성명 내용(비선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을 인용하며 "무엇이 그렇게 과도한 행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 지적했다. 安위원은 범(汎)동교동계다.

權전위원의 측근은 "정풍이 당 주도권을 둘러싼 파워게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동교동계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權전위원측은 정면대응을 자제할 방침이다.

이정민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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