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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천안함 침몰]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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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의주 부근 압록강에서 경비정을 타고 순찰 중인 북한군 병사들이 쌍안경을 이용해 주변을 관찰하고 있다. [단둥 로이터=뉴시스]

천안함 침몰사고 사흘째인 28일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이날 오후까지 관련 논평은 물론 사고 발생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립교향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으나 그것이 언제 어디서 이뤄졌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과거 세 차례의 서해상 교전 당시 적어도 6시간 안에 공식적인 입장을 관영매체를 통해 내보냈다. 지난해 11월 10일 발생한 대청해전 때는 최고사령부 보도를 내고 “남조선 해군이 우리 측 해역에서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교전이 벌어진 지 4시간50여 분 뒤였다.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 때는 5시간5분,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 당시엔 5시간35분 만에 반응이 나왔다.

남북 관계와 관련한 특이 동향도 없다. 북한의 요구에 따라 25일 시작된 금강산 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 조사는 28일에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 협력업체 직원 4명은 동해선 육로로 방북했다. 북한 관계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천안함 침몰에 대해 묻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선체를 인양해 정밀 조사하기 전에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낀다. 하지만 사고 지점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 수역인 데다 선체에 엄청난 폭발 충격이 가해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공격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내부 분위기가 감지된다. 만의 하나 연관성이 드러날 경우 남북 관계나 대북 정책에 미칠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군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남 군사 보복을 공언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당국자는 “1차 연평해전에서 패한 북한은 3년 만인 2차 연평해전 당시 우리 고속정에 기습 포격을 가해 보복했다”며 “지난해 대청해전에서 패퇴한 북한 해군이 우리 군의 대비가 만만치 않자 심야를 틈타 기습 공격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대청해전 몇 시간 뒤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보복 가능성이 있으며 대통령께서도 그 걱정을 하셨다”고 밝혔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앙갚음을 할 것이란 우려가 군 최고 수뇌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서해지역을 관장하는 김격식 북한군 4군단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군 총참모장이던 그는 2008년 초 군단장으로 임명돼 ‘강등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잘 하고 돌아오라”고 말한 사실이 포착돼 서해 NLL과 관련한 모종의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란 해석이 제기됐다.

최근의 북한 대남·경제라인의 남북 경협이나 해외 투자 유치 전개에 대한 군부의 불만이 도발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11월 말 단행한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체제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외부 도발을 감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공격이 몰고 올 후폭풍을 잘 알고 있을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했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사고 원인이 명확히 가려지지 않을 경우 북한의 도발 여부가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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