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북한서도 기자되기 힘든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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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Q) 신문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 4년생입니다. 기자직이 힘은 들어도 보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도 서울처럼 기자가 되기 힘든가요. 박혜경(23.서울 서초구 서초동)

(A) 북한에서는 우리처럼 언론사 입사시험이 따로 없어요. 때문에 남한처럼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기 위해 대학별로 '언론고시반' 을 만드는 등 치열하게 시험을 준비하지는 않죠.

기자직 선발과정은 우선 평양시당 간부과가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 등에서 추천받은 졸업생 명부를 취합한 뒤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에 추천합니다.

당 선전선동부는 기자 후보자에 대한 엄격한 사상 검토와 가정환경 조사를 거쳐 기자를 선발.임명하죠.

북한에서 기자들은 국가로부터 비교적 높은 대우를 받습니다. 배급제와 무상치료.의무교육 등을 감안할 때 국가가 주는 봉급 자체로 보면 기자들의 생활수준은 중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기자들의 생활수준이 일반 주민들보다 훨씬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마음대로 장사에 나설 수 있지만 '정치' 사업을 맡고 있는 기자들은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갓 입사한 '초년병 기자' 는 무급(無級)으로 봉급이 78원이고 6급을 거쳐 4급 정도가 되면 1백50원을 받아요(노동자 80~1백원). 6급에서 1급까지는 차등제가 적용됩니다.

1급은 김일성(金日成)주석이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훈장을 받은 기자들이죠.

수습기자의 생활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고달픕니다. 3개월 정도의 수습기간에는 선배들이 과거에 쓴 글을 읽고 베끼거나 동반취재를 통해 기사작성을 배우기도 합니다.

북한 기자들은 당이 하달하는 선전선동 방향과 기준에 맞게 기사를 쓰기 때문에 남한과 같은 언론사간.개별기자간의 특종 경쟁이 없어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공무원 같은 생활을 한답니다.

기자들의 취재영역은 공장.기업소.농장 등 생산현장과 노력동원현장, 각종 사회문화기관.교육기관 등이며 자유로운 취재가 어렵습니다. 특히 지도자의 동정기사가 가장 중시되죠.

기자들은 북한 사회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감시.통제가 일반주민들보다 심한 편입니다.

북한이 아무리 정보 제한사회라고 해도 기자들은 외부세계와 북한 내부동향을 잘 알기 때문에 변화를 추구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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