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자체공연 외주… 세종회관의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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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세종문화회관(총감독 이종덕)이 올해 자체 기획공연에 산하 단체인 서울시교향악단(단장 정치용)대신 다른 교향악단을 출연시켜 시향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올해 일곱 차례 열리는 청소년 음악회 '금난새와 함께 하는 1번 교향곡의 세계' 에 출연 중인 교향악단은 금씨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유라시안 필하모닉이다.

또 벨리니 서거 2백주기, 베르디 서거 1백주기 기념 갈라 페스티벌(6월 12일)에선 무소속 연주자들을 규합해 만든 '갈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가 무대에 선다.

6월 15~16일 국내 피아니스트 12명이 협연무대에 출연하는 '한국음악가 시리즈 Ⅱ' 에선 폴란드 크라코프 필하모닉이, 오페라 '마술피리' (10월)는 원주시향이 반주를 맡는다. 1983년부터 매년 여름 서울시향이 세종문화회관과 공동 기획으로 꾸며오던 '팝스 콘서트' 는 올해는 아무런 계획도 잡혀 있지 않다.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 교향악단 지부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기획공연에서 개인적인 친분으로 협연자를 선정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올해는 다른 교향악단과 연주계약을 했다" 며 "공연기획팀이 시향의 정기연주에는 관여하지 않을 테니 기획연주에 대해서도 (시향이)입다물고 있어야 한다고 통보해왔다" 고 주장했다.

공연기획팀 복성수 차장은 "기획공연에서는 단원들에게 3만원씩의 연주수당만 지급하면 되는 시향을 활용하는 게 경제적이지만 연주 일정이 겹칠 때도 있다" 며 "기획공연도 서울시향 단장과 충분히 의논한 후에 결정하고 있다" 고 해명했다.

어쨌든 예술의전당이 자체 기획공연 활성화를 위해 코리안심포니를 상주 교향악단으로 맞아들이는 판국에, 오히려 산하 단체를 기획공연에서 배제한 것은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극장측과 시향의 해묵은 반감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차제에 아예 서울시향을 재단법인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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