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물… 왜 그렇게 걱정들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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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물쓰듯이 쓴다' 라고 하면 헤프게 쓴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실제로 물을 헤프게 쓰다간 큰일납니다. 물은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닐 뿐더러 우리가 마시기 위한 물을 만드는 데는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소양강댐에 가둔 물을 돈으로 따지면 t당 25.54원(한국수자원공사 자료)이랍니다. 소양강의 총 담수능력을 29억t으로 추정해 계산하면 7백40억6천6백만원어치의 물을 담아두고 있는 셈입니다.

또 이 댐의 물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로 만드는 데는 t당 원가의 열배에 가까운 2백26원씩이나 듭니다.

이렇게 수돗물을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지만 실제로 우리가 내는 수돗물값은 생산비의 70~80%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고 있지요.

생산원가도 못건지는 손해를 보면서 각 가정에 물을 보내는 것은 물이 공기와 같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물건처럼 만드는 값을 다 받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한편 우리나라는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세식 변기의 보급이 늘어나고, 목욕탕을 갖춘 집들이 늘어나 물의 사용량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생활용수 사용량은 하루 3백95ℓ로 조사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인구밀도가 높아서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은 다른 나라보다 아주 적은 편입니다.

또 비가 여름에 한꺼번에 내리고, 지형적으로도 산지가 많아 물이 하천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고 금방 바다로 흘러가 버리는 불리한 여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천의 물을 이용하는 비율이 57%로 지하수보다는 높기 때문에 조금만 가물어도 물사정이 나빠집니다. 국제인구행동단체는 한국을 물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이제 2006년이면 우리나라도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수요관리와 공급관리로 나누어 이야기를 합니다. 수요관리란 쉽게 말해서 있는 물을 아껴쓴다는 뜻이고, 공급관리란 댐을 건설하고 지하수를 개발하는 등 쓸 수 있는 물의 양을 늘려나간다는 의미입니다.

물을 아껴쓰는 것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요. 우선 각자가 물을 아껴쓰는 것 이외에도 변기나 세면기 등을 절수형으로 바꾸고, 목욕이나 세수 등에 사용해 그렇게 더럽지 않은 물을 재생해서 청소나 변기용으로 사용하는 중수도의 도입 등이 그런 방법입니다.

물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댐을 건설해 강에서 바다로 흘러가 버리는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필요시에 쓰는 방법이지요.

우리나라에는 현재 한강.낙동강.섬진강 등을 비롯해 전국 강이나 하천에 50여개의 댐이 있어서 생활용수나 농.공업용수 등으로 쓰고 있습니다.

또 물 이용량의 약 11%는 지하수를 뽑아 쓰고 있습니다.

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으로 여겨지지만 사용 가능한 민물은 2.6%에 불과한 3천6백만㎦이며 나머지는 모두 바닷물입니다.

또 민물 중에도 68.7%가 빙산.빙하 형태이고 지하수가 30.2%이며 나머지 1.2%만이 호수나 늪.강 등의 지표수로 대기 중이지요. 이와 같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하는 물은 그리 많은 양이 아닌 셈입니다. 따라서 지구촌 곳곳에서는 물로 인한 다툼이 늘 끊이지 않습니다.

1999년 2월 8일부터 5일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네스코와 세계기상기구 주관으로 1백여개국 대표들이 모여 세계 물부족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날 국제 물회의에서는 앞으로 25년 후에는 중동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상당수 국가들이 물부족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99년 전세계 인구는 60억명을 넘어섰습니다. 60년 세계인구가 30억명이었으니 불과 40년 동안 세계인구가 두배가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인구증가로 전세계에서는 각 하천에서 물을 끌어쓰면서 세계 주요 하천이 말라붙는 추세라고 미국의 월드워치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하천이 마르면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이 부족해지는 것뿐 아니라 물을 사용하는 농업에도 타격을 주게 돼 식량난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는 형편입니다.

중국의 곡창지대인 북부 평원에서는 지하수면이 매년 1.5m씩 낮아지고 있어 농민들이 농업용수 마련을 위해 점점 땅을 더 깊이 판다고 합니다.

물은 헤프게 쓸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자꾸 메말라가기 때문에 부족한 자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특히 물이 부족한 국가에 해당하는 우리의 경우 늘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입니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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