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시 보수 · 강경외교 중도 선회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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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임스 제퍼즈 (버몬트주)의원의 공화당 탈당으로 미국 상원이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그동안 '우경(右傾).보수화' 로 치닫던 미국의 외교와 국내정치가 중도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지 W 부시(사진) 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당초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던 미국의 신 국방정책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아 주목을 끌었다.

◇ 고립주의 외교 탈피=전문가들은 우선 외교분야에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주도권 장악을 추구하는 부시 대통령의 강성드라이브가 민주당의 견제를 받는 것은 물론 클린턴 시절부터 공화당 주도의 상원외교위가 보여주었던 미국 고립주의(isolationism)가 바뀔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런 변화는 특히 6년여 동안 외교위원장을 맡았던 79세의 제시 헬름스 (노스캐롤라이나주)의원이 물러나면서 구체화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헬름스 의원은 핵무기실험금지조약 같은 국제조약에 반대하고 중국.러시아.북한.쿠바 등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나라들에 초강경자세로 일관해 왔다. 또 유엔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에도 의문을 표시하며 강경자세를 견지해 비판자들로부터 미 고립주의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아메리칸대학 국제대학원 클레런스 루제인 교수는 헬름스의 퇴장을 "(우경이었던 미국 외교가) 완전히 좌회전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리고 있다" 고 표현했다.

◇ 국내정치는 중도 선회=지금까지 공화당의 공세에 밀렸던 민주당이 상원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일제히 중도 선회 또는 좌회전의 총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적으로 민주당은 제퍼즈 의원의 탈당절차가 완료되는 6월 5일께 상원을 접수한다. 상원의 대표로 부상한 민주당의 톰 대슐 원내총무는 25일 같은 당의 리처드 게파트 하원총무와 만나 곧 밀어붙일 진보적 입법안을 논의했다.

대슐 총무는 첫 작품으로 환자권리장전 입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공화당은 이 개혁안이 기업의 근로자 의료비 지원부담을 늘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은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통해 입법을 저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며칠 사이에 소수당의 투쟁전략에 의존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중도선회' 는 인사(人事)에서도 두드러질 것 같다. 소수당 시절 기독교 보수주의자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의 인준봉쇄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다수당이 되자 강경 보수주의자의 인준 반대를 벼르고 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보수주의자인 크리스토퍼 콕스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을 연방판사에 임명할 방침이었으나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상원 인준에 자신감이 없어진 콕스 의원이 고사함에 따라 난감한 입장이 됐다.

◇ 미사일방어망(MD)구축도 타격=공화당의 존 워너 의원을 대신해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될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25일 부시 대통령의 MD 계획에 대한 일방적인 접근방식은 재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빈 의원은 이날 CNN방송과 회견에서 "(MD에 대한)찬반은 행정부에서 좀 더 검토돼야 한다" 고 말하고 자신은 MD체제의 원칙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국제조약을 위배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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