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가 일반명사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가 특정 회사의 상품이면서 유사 상품의 대명사로 사용되는 경우다.
이런 현상은 단시간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 시대와 대중의 애환을 담은 역사성이 담보될 때 형성된다. 상품들간의 질적 차이가 작아진 경쟁단계에서도 이런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그 효용성이 많이 희석되었지만 한때 우리는 '박카스' 로 대변되는 자양강장 드링크를 손님 대접용으로 내놓은 적도 있었다.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는 경제개발 시기에 '활력을 마시자' 라는 광고 카피는 그 시대의 슬로건처럼 읽혔다. 1인당 GNP가 1백달러도 안되던 시절에서 1천달러로 도약하는 시대의 저력처럼 말이다. 실제 드링크 한 병 마시고 무슨 활력을 얼마나 얻겠냐마는 돌이켜 볼 때 그것은 압축성장을 기획했던 그 시대의 축소형처럼 다가온다.
이 책은 단일 브랜드 품목으로 40년의 역사를 가진 박카스에 얽힌 일화를 광고 카피를 중심으로 쓴 사사(社史)의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를 캠페인성으로 전개해온 40년의 역사에서 근대화의 코드를 푸는 재미를 발견한다. '활력을 마시자' 에서 시작해 '싱싱한 생명력' '승리는 체력에서'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풀어버립시다' 로 이어지는 광고카피에서 고단했던 최근세사 노동의 그림자가 겹쳐진다.
드링크류는 후진국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고 그래서인지 경제성장이 진척됨에 따라 추억상품으로 떠올리기도 한다. 90년대 들어 젊은이들에게 소구하기 위해 '지킬 것은 지킨다' 는 카피가 나온 것은 그런 이유일까.
기록문화가 일천한 우리 현실에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느끼게 하는 신간이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 느낌을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사사적 성격을 줄이고 일상의 삶을 통해 역사의 전개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배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