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004] 청년층 투표율이 승부 가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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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햄프셔주의 산간마을인 하츠 로케이션 주민들이 2일 0시(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가장 먼저 대선 투표를 하고 있다. [하츠 로케이션 AP=연합]

두 후보의 지지도는 같다. 그렇다면 선거 당일의 변수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청년층의 투표율이라고 선거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2000년 대선 이후 미국에선 1440만명이 나이 18세를 넘어 새롭게 투표권을 획득했다. 전체 유권자의 10%가 넘는다. 하지만, 그동안은 변수에서 제외돼 있었다. 투표율이 워낙 낮고 공화당이나 민주당 지지의 특정 성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2년엔 18~24세 인구의 50%가 투표에 참가했다. 하지만, 이 비율은 갈수록 낮아져 2000년에는 불과 29%만이 투표장에 나왔다. 전체 투표율 55%에 비하면 매우 낮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이라크전에 대한 반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자칫하면 징병제가 도입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선거바람이 불고 있다. 선거구 곳곳에선 젊은이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퍼프 대디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래퍼 겸 배우 숀 'P 디디'콤스의 활약도 한몫하고 있다. 콤스는 젊은 층과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투표하지 않으면 죽어라(Vote or die)' 캠페인에 앞장서 왔다. 미국 젊은 층의 흑인 우상인 콤스는 MTV에 나가 투표를 독려하고 대학과 나이트클럽을 돌아다니며 젊은 층을 설득해 왔다. 이는 케리 후보에겐 희소식이다.

ABC 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18~30세 청년층의 케리 지지도는 57%에 이르지만 부시 지지도는 38%에 불과하다. 또 부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선 불만족이 59%나 된다. 이들이 대거 선거에 참여할 경우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된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선거에서 1억2000만명 정도가 투표장에 나올 경우 민주당 케리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2일 현재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전체의 3%)도 변수다. 그러나 부동표는 막판에는 현직 대통령보다는 도전자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면 케리 후보가 크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투표인구가 1억1000만명 이하일 경우에는 부시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 투표자가 4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케리가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보수 성향의 기독교 인구다.

부시 대통령의 정치 참모인 칼 로브는"2000년 대선 때는 보수주의 기독교인 중 약 400만명이 투표장에 오지 않아 앨 고어 후보에게 고전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이들이 대부분 투표장으로 나올 것이며, 부시 대통령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 변수는 날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날씨가 궂을 경우 흑인이나 빈곤층의 투표율이 낮아져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2일 현재 미 전역은 화창한 날씨여서 선거에 큰 지장이 없다. 반면 핵심 접전 주인 미시간.오하이오주는 비가 내리고 있어 민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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