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PDP 특허분쟁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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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쓰시타(松下)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LG전자의 PDP(벽걸이TV용 화면)에 대해 일본 법원과 세관에 수입금지 및 통관보류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오히려 마쓰시타가 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제소 등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이로써 올 봄 일본 후지쓰(富士通)와 삼성SDI 간 다툼으로 불거졌던 한.일 PDP 특허 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2일 LG전자와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쓰시타는 1일 도쿄(東京)세관에 LG전자의 PDP에 대한 통관보류를 신청했으며, 도쿄지방법원에 수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도쿄 세관은 통관보류 신청 후 통상 3주일 내에 정식으로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LG전자는 이에 맞서 일본 현지와 전 세계에서 마쓰시타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하기로 했다. 또 마쓰시타 PDP TV(브랜드명 파나소닉)를 한국에 수입판매하는 파나소닉코리아를 대상으로 특허권 침해 및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한편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에도 마쓰시타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PDP 수출물량 중 일본 세관을 통과하는 물량은 월 수백대밖에 안 돼 설령 통관보류 조치가 내려진다 해도 우리에게 타격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마쓰시타의 이번 조치는 LG전자의 특허력을 과소평가한 데서 나온 억지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강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뉴스분석]
일본, 특허공유 협상 판깨며 강수
LG '기술로 밀릴 것 없다' 자신감

일본 마쓰시타와 LG전자 간 PDP 특허 분쟁의 직접적 계기는 두 회사 간 특허 협상이다. 양측은 지난 8월부터 PDP 특허와 관련한 '크로스 라이선스'(양측 특허를 서로 이용함으로써 특허 사용료를 상쇄하는 것) 협상을 해왔다.

LG전자 특허센터장인 함수영 상무는 "그간 네 차례 협상을 했으나 마쓰시타는 자신들의 기술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요구하면서 LG전자의 특허 기술에 관해서는 가치를 낮춰 잡았다"고 말했다. 함 상무는 "LG전자가 한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수입 금지 조치라는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분쟁원인은 일본 업체들의 견제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PDP 관련 소송을 내는 것은 D램, LCD(액정화면)에 이어 PDP마저 한국에 추월당하게 된 위기감이 반영됐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PDP 시장에서 일본은 2001년까지 97%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독주했지만 올해는 한국이 일본을 거의 따라잡았으며 내년에는 한국의 우위로 역전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특허 소송 등을 통해 한국 업체들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면서 기술을 주고받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일본 업체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분쟁에 대해 LG전자 측은 마쓰시타의 특허는 원천기술보다는 개량기술 위주여서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전혀 밀릴 게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도 이미 4000여건의 PDP 관련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한 상태여서 마쓰시타에 특허침해 맞소송을 걸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분쟁이 자신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세 과시'성격이 짙은 만큼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PDP 시장이 매년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모적인 소송은 피차 득이 되지 않을 거라는 계산에서다. 올 상반기 삼성SDI와 후지쓰도 맞소송을 벌이다 결국 특허 기술을 5년간 상호 사용하기로 합의하고 서둘러 갈등을 봉합했다. 결국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다툼에서 이기는 것도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에서 이번 분쟁은 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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