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화백 "장애인 위해 그림 그렸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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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자신의 역작을 희사해 이웃사랑을 실천해온 정수정(鄭洙正 ·46 ·대구 서구 평리2동)화백이 다시 장애인 돕기에 나섰다.

鄭화백은 23일부터 30일까지 칠곡군 복지회관에서 장애인 복지회관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정수정 초대전'(칠곡군 장애인협회 주최)에 병풍 3점 등 작품 38점을 내놓았다.

지난 겨울 대구지역 노숙자를 위해 10폭 병풍 '운문사 풍경'을 내놓은 뒤 "다음엔 장애인을 돕고 싶다"고 밝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의 장애인단체가 鄭화백에게 지역 장애인협회 한곳의 복지회관 건립을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

鄭화백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장애인과 수십차례 만나면서 그들의 고충을 알게 된 것이 또다른 보람"이라고 말했다.칠곡군 장애인은 모두 2천3백여명.

그는 "장애인들이 혐오 등의 이유로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더라"며 "계획대로 기금 1억원쯤을 마련하면 목욕시설부터 지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준비하면서 감동적인 일도 있었다.

칠곡에서 컴퓨터를 수리하는 한 뇌성마비 장애인은 20일 鄭씨에게 고마움을 전하겠다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대구 작업실을 찾아왔다.한 여성 장애인은 목욕시설을 짓겠다는 그의 말을 듣고 울먹이기도 했다.

鄭씨는 "이들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며 "살아 있는 한 이들을 위한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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