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수 민 사람' 문책론… 미묘한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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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동수 법무부장관 카드' 를 잘못 들이밀었던 후유증이 여권 내에서 불거지고 있다. "누가 그런 인사안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잘못 입력했느냐" 는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민주당.국정원은 각각 "우리는 아니다" 고 주장하고 있다.

◇ 확산되는 당내 반발〓23일 저녁 김중권(金重權)대표와 만난 열린정치포럼 소속 의원들은 "안동수(安東洙)전 장관 경질로 인해 당과 정부가 다시 한번 국민을 실망시켰다" 며 '추천자 인책론' 을 제기했다.

이들은 조만간 초.재선 의원들이 참가하는 세미나를 열어 이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라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당 중진인 조순형(趙舜衡)의원은 "밀실인사의 대표적 사례이고 대통령의 보좌기능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 安전장관을 추천한 사람을 밝혀내 문책해야 한다" 고 말했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이번 사태는 근본적인 당정 쇄신이 필요하다는 증거를 하나 더 보탠 것" 이라며 "여권 핵심부의 인사 재배치를 통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23일 "安전장관을 당에서 추천했다면 대표밖에 없는데 金대표는 추천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田대변인은 지난 21일 安전장관 임명 직후부터 계속 "金대표가 인사내용은 알았지만 추천은 안했다" 고 말해왔다.

◇ 아리송한 추천자〓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 쪽에 법조 출신으로 그런 생각(안동수 카드)을 전할 사람이 있다" 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법조인(판사)출신이다.

신건(辛建)국정원장은 安전장관의 지역구(서울 서초을구)후원회장을 한 인연 때문에 민주당 일부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추천설이 제기된 직후부터 辛원장은 비공식 통로로 이를 부인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법무부장관 물망에 오르려면 적어도 검사장급 이상이거나 재야의 저명인사, 정계.학계의 알려진 인물이어야 하는데 安변호사는 국정원 인사기록 기준상 장관 추천대상에 오를 수 없다" 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도 "법무부차관을 지낸 辛원장이 평검사 출신으론 부처 장악이 안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安변호사를 추천했을 리 없다" 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참모인 신광옥(辛光玉)민정수석은 전임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의 경질을 반대해왔고 安전장관 천거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책임론은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 체제' 출범 과정의 인사진통과 연결돼 여권 내의 미묘한 권력 갈등 양상마저 띠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사태의 핵심 원인은 安장관의 자질론이 아니다. 신승남 총장 체제를 확고히 하려고 김정길 장관을 그만두게 한 무리수" 라고 주장했다.

김종혁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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