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개혁적 보수' 버리고 '온정적 보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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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회창(李會昌)(http://www.leehc.com)총재는 23일 한나라당이 '보수(保守)정당' 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공식 출범한 '국가혁신위' 전체회의에서 李총재는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란 기본이념과 가치를 지킨다는 점에서 굳건한 보수의 기조를 견지할 것" 이라고 선언했다.

李총재는 그간 "우리 당의 이념은 개혁적 보수" 라고만 말해 왔다.

당내에선 이날 발언을 두고 李총재가 차기 대선 때 내놓을 국가비전.국정철학 등을 다듬는 혁신위에 이념적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다.

李총재는 이날 보수의 바탕 위에 개방.개혁.공정.따뜻함이란 네 가지 '장식' 을 더 얹었다.

그는 '보수' 를▶국민.국가에 유익한 제안을 포용하고(개방)▶민주주의.시장경제를 꾸준히 개혁하고,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며, 노력에 따른 결과 차이를 인정케 하고(개혁.공정)▶경쟁 낙오자를 배려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따뜻함)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李총재 측근은 두 가지로 배경설명을 했다. 그는 "재벌정책에 이어 이념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에까지 李총재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며 " '이회창 대세론' 을 체감하는 데서 오는 자신감"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 지지층인 보수적 중산층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도 고려했을 것" 이라며 "보수노선의 부시 미 대통령도 '온정적 보수' 론을 펴며 중도층을 공략하지 않았느냐" 고 덧붙였다.

李총재가 이날 혁신위원들에게 "그간 대변하지 못한 계층.지역의 말을 듣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며 "나도 국민의 소리를 듣기 위해선 어디든 마다 않고 찾아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李총재는 혁신위 자문위원 가운데 공무원 신분인 인사들에 대한 내사설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성패를 좌우한다. 우리 사회의 능력을 최대한 결집한다는 자세로 지혜를 빌려라" 고 위원들에게 말한 뒤 "정부.여당이(자문위원들에게)야당에 협력.조력한다고 범법행위로 몰아치고 겁주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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