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흥수 미술관 사실상 철거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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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원로화가 김흥수씨가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서울 평창동에 완공했으나 관할구청이 건축법 위반을 이유로 사실상의 철거명령을 내려 귀추가 주목된다.

최인수 종로구청 건축과 담당계장은 22일 "지하 2층, 지상 2층의 미술관 건물의 지하층 일부가 지상에 노출돼 지난 4월 25일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 밝히고 "시정하려면 지상층을 철거하는 방법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흥수 화백은 "그동안 건폐율과 건물 높이제한 위반, 건물옥탑 관련 민원 등 온갖 구실을 붙여 준공을 방해해 오던 구청이 이번에는 지하층 문제를 새롭게 들고 나왔다"면서 "담당 공무원의 직권남용이 분명한 만큼 모든 방법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강경 자세를 보였다.

김화백은 "건폐율 2.7% 초과, 건물높이 27㎝ 초과에 대한 구청의 시정 지시는 모두 이행했다" 고 밝히고 "지하층 43㎝가 지상에 노출된 것은 공사과정에서 깎아낸 경사지의 흙을 되메우면 해결될 문제" 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계장은 "건축과정에서 주민 10여명이 조망권 침해 등의 이유로 집단민원을 제기해 당사자간 해결을 종용했으나 감정대립만 격화돼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고 밝히고 "지하층 노출은 흙 메우기로는 시정할 수 없으며 철거밖에 방법이 없다" 고 강조했다.

김화백은 "선진 외국에선 국가.지방자치단체가 개인미술관의 건립을 적극 지원하는 게 상식인데 우리나라는 사재를 털어 건축하는데도 관청이 이런저런 빌미로 발목을 붙잡고 있다" 고 개탄했다.

김흥수미술관은 1999년 9월 종로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얻어 지난해 11월에 건물이 완공됐다. 그러나 일부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구청측이 건축규정을 매우 엄격히 적용해 준공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화백이 사재 등 15억원을 들여 지은 미술관은 대지 2백20평, 건평 4백평 규모로 자신의 작품 1백여점을 소장ㆍ전시할 예정이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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