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서봉수-안영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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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黑 연속 강수에 白 또다시 고심

제6보 (72~84)=흑▲로 밀면 72는 당연하다. 흑이 피곤한 싸움이다 싶었지만 安4단의 의도는 다른 데 있다. 바로 73으로 붙여 75로 끊는 수다.

徐9단이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또 고심에 잠긴다. 安4단은 오늘 하루종일 강수를 던져오고 있다. 모두 몸서리치는 수들이고 살기 짙은 비수 같은 수들이다.

죽이기 전에 76 막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있으면 기회가 없다. 흑도 79로 응수하기 전에 77에 몰아 뒷수를 확실히 조여버린다. 이런 것들이 바둑의 '수순' 이다.

80에 잡자 81, 83으로 좌측 열점이 떨어졌다. 80으로 '참고도' 백1로 두는 것은 흑2의 절단수로부터 10까지 백이 일거에 망해버린다(흑▲를 미리 둔 이유가 여기 있다).

백은 처음 두점, 다음엔 일곱점, 그리고 이번엔 열점 등 모두 열아홉점을 죽였다. 실은 安4단이 연속해 강수와 묘수를 두어 잡아간 것이다. 그렇다면 백은 망했는가.

답은 '그건 아니올시다' 이다. 흑집은 60집과 우하귀가 있다. 백은 어마어마한 세력이 있다. 그 세력이 집이 되면 60집 정도는 쉽게 넘어버린다.

徐9단이 84로 좁힌 것도 지금의 사태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좁혀서 지어도 제대로 집이 된다면 불리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렇더라도 84는 완착이었다. 형세판단이 잘못된 탓인지도 모른다. 84는 최소한 C에 둬야 했다는 것이 安4단을 포함한 대부분 프로들의 의견이었다(A로 넓게 벌리는 것은 B로 들어와 실속이 없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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