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법무 취임사 썼다는 변호사, 작성시간에 딴데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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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치쟁점화한 안동수(安東洙)법무장관의 취임관련 문건(초고)을 작성했다고 주장한 이경택(李景澤.46)변호사가 문건을 작성했다는 시점에 변호사 사무실에 없었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문건의 실제 작성자로 의심받는 安장관측이 사태를 호도하기 위해 李변호사를 문건 작성자로 만들려 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安장관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장관 취임사로 알고 21일 검찰 기자실에 보냈던 두장의 문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 "대통령께 목숨을 바칠 각오로 충성을 다하겠다" 는 내용이 담겨 파문이 일었었다.

李변호사 사무실 직원은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李변호사가 21일(초고 작성일)에는 오후 4시쯤 사무실에 나왔다" 고 말했다.

이는 "21일 오후 2시30분쯤 安장관이 취임사 초안을 작성해 보라고 전화로 부탁해 오후 3시30분쯤 내가 손으로 쓴 것을 安장관 여직원에게 타이핑시켰다" 는 李변호사의 전날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증언이다.

그가 이날 낮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한 본사 기자가 "21일 골프를 치고 오후 4시쯤 사무실에 오지 않았느냐" 고 다그치자 골프친 것을 시인하며 "그게 4시였던가" 라고 대답했다.

李변호사는 특히 "거짓말로 사태를 덮으려다 문제가 심각해진 것 아니냐" 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누가 이같은 엉터리 해명을 기획했느냐" 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 고 답했다.

"문건의 작성자를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 는 요구에는 "장관님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문제의 문건은 李변호사가 작성한 것이며 安장관은 보지도 못했다" 는 安장관과 법무부 공보관실 해명의 신빙성이 떨어져 安장관을 둘러싼 도덕성 시비가 예상된다.

李변호사는 22일 저녁 문제가 불거지자 취재팀에 "21일 오전 9시20분 경기도 이천 동진골프장에서 처 등과 골프를 시작해 18홀을 돌고 오후 1시쯤 끝냈다" 면서 "사무실로 돌아오던 오후 2시30분쯤 차안에서 安장관으로부터 취임사 초안 작성 지시전화를 받았고, 오후 3시쯤 사무실에 도착해 문건을 작성했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골프를 3시간40분만에 끝냈고(통상 4시간10분 이상 소요) 식사를 안했다지만 오후 3시 서울 서초동까지 도착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불과 4시간 전 "내 사무실에서 安장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고 다른 말을 했었다.

李변호사는 이에 앞서 22일 오전 기자들에게 "초안 두장 모두를 내가 작성했다" 는 당초의 주장을 번복, "첫장(충성서약 등이 있는 문제의 부분)은 내가 작성했으나 둘째 장(취임사 요지)은 安장관이 직접 만들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그의 21일 낮 행적이 밝혀짐에 따라 신빙성이 없고 그는 문건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李변호사는 安장관과 같은 변호사 사무실을 쓰고 있다.

김종혁.박재현.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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