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윈도] 역사가 평가한 포드의 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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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74년 8월 9일 미국의 제럴드 포드 부통령은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을 이어 대통령이 됐다.

월남전 패전(75년 4월)으로 치닫던 미국은 전쟁을 둘러싼 국론분열과 '못난 대통령' 으로 인한 자괴감의 상처에 시달리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는 높은 인플레와 에너지난으로 혼란스러웠다.

분노한 국민 사이엔 물러난 닉슨을 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포드 대통령은 취임 한달 만에 닉슨을 사면했다.

포드의 소신은 분명했다. 그는 오랫동안 계속된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나라가 만신창이가 돼 있는데 또 기소문제가 지속되면 국가 에너지가 소진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처를 덮고 앞으로 나아가자" 고 외쳤다.

하지만 닉슨의 위선에 독이 올라 있던 대부분의 국민은 사면에 비판적이었다. "닉슨과 포드 사이에 닉슨이 물러나면 대통령이 되는 포드가 닉슨을 사면한다는 거래가 있었다" 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부정적 민심을 읽은 언론에는 "76년 말 대선을 생각하면 닉슨 사면은 포드의 정치적 자살행위" 라는 분석도 등장했다. 실제로 그는 신출내기 카터에게 졌다. 종합적으로 그의 닉슨 사면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대통령의 결정' 중 하나로 꼽힌다.

그로부터 약 27년 후인 21일(현지시간) 87세의 포드는 역사가 건네주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국민을 화나게 했던 바로 그 일로 존 F 케네디재단이 주는 '용기있는 사람(Profile in Courage)' 상을 수상한 것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저서에서 이름을 따온 이 상은 매년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국가를 위한 결단을 내린 선출직 공무원에게 수여되는 것이다.

보스턴의 케네디 기념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케네디의 막내동생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역사의 새로운 평가를 언급했다. 그는 "나는 포드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반대했었다.

그러나 역사에 비춰보면 그 결정 때문에 미국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의 길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고 피력했다.

그는 "그것은 진정으로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오늘날 역사가들이 인정하는 비범한 용기의 행동이었다" 고 평가했다. 포드는 답했다. "닉슨이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거나 아니면 항소하는 시점에 가서 사면을 해도 되지 않느냐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러나 국가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나는 기다릴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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