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돋보기] 합리적인 소비자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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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씀씀이가 헤프다는 말을 하지요. 이 말엔 돈을 벌어보지 않아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못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어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청소년들만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니지요. 합리적인 소비를 가르쳐야 할 부모들도 책임이 있지요.

국내 한 경제연구소에서는 청소년 1천만명이 1년에 쓰는 돈을 연 10조~15조원으로 추산했답니다.

이는 1조~2조원에 불과했던 1990년에 비해 다섯배 이상 늘어난 것이죠. 국내 소비가 10% 이상 줄어든 국제통화기금(IMF)위기 속에서도 10대 청소년의 소비는 계속 늘었죠. 이는 청소년이 구매력이 있는 새로운 소비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업자들이 군침을 흘릴만도 하지요. 소비가 살아나면 생산도 늘어 경제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으니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어요. 단지 과소비나 사치성 소비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합리적인 소비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물건을 살 때는 먼저 그 상품이 꼭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품을 선택하는 데 확실한 기준이 세워질 수 있죠. 다음은 모든 정보를 활용해 가격과 품질.서비스 등을 비교.검토하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장소까지 결정합니다. 휴지를 사는 데 백화점까지 갈 필요는 없잖아요.

마지막으로 대금지불 방법도 따져봐야죠. 요즘은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카드 결제나 할부 구입도 합리적인 소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으니까요.

합리적인 소비가 끝났다면 다음은 행동하는 소비자가 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구입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나빠 피해를 봤다면 배상을 요구하고, 더 나아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알리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불매운동을 펼치는 '안티(anti)- 네티즌' 들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지요.

또 21세기의 소비자 문제는 환경을 결코 떼어둘 수 없습니다. 환경을 걱정하지 않는 소비는 환경 파괴라는 피해로 소비자에게 되돌아오죠. 이런 모든 것을 배려한 것이 합리적인 소비자의 기본 생활자세입니다.

서영경 <YMCA 시민중계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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