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LG배 최종국 승부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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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창호9단과 이세돌3단의 LG배 결승전 최종국은 초반전까지 흑의 이세돌3단이 두텁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3단은 좌상 백을 공격해 승부의 쐐기를 박으려 했는데 이때 이9단이 '진행도' 의 백1로 저항하면서 바둑은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강펀치의 소유자인 이3단은 흑2로 붙여 양동작전에 나섰다. 이 한점을 축으로 몰면 그 축머리를 이용해 좌상 백을 잡아버리겠다는 것이 이3단의 전략이었다.

이때가 이 판 최대의 기로였고 승부처였다. 대부분의 프로들이 축몰이는 위험하다고 했고 백A 정도라면 다방면의 공격권을 쥔 흑이 재미있는 국면이라고 예상했다.

이9단은 그러나 5로 즉각 축으로 몰아 의표를 찔렀다. 좌상 귀가 간단히 죽지 않는다는 것을 치밀하게 읽어둔 이9단이 오히려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6의 축머리에 7로 때렸는데 이 빵때림이 전국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엷었던 백은 단숨에 두터워졌고 우상 방면에 도사리고 있던 흑의 막강한 두터움은 빛을 잃었다. 승부의 음영이 흑에서 백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6, 8로 공격했으나 좌상귀는 9에 두는 묘수로 패가 정답. 이9단은 그러나 흑10으로 삶의 기회를 줄 때도 11로 버티며 끝끝내 패로 버티는 강경책으로 맞섰고(자체 팻감이 많다), 이 전략이 주효해 의외로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불을 안고 뛰어든 것 같은 백5의 축몰이가 승착이었던 셈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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