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루빈 전 미국무부 대변인 WP에 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제임스 루빈 전 미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금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다루는 방식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면서 북한과의 조속한 협상재개를 촉구했다.

루빈은 ‘북한에 관해 지체할 시간이 없다’(No Time To Delay On North Korea)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의 미사일 잠재력을 저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평양을 설득해서 이를 포기토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고문의 주요 내용.

부시 대통령이 미사일 확산과 핵무기라는 새로운 위협에 세계가 관심을 집중토록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에 관한 미 행정부의 접근방법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 새로운 위협과 싸워 이기는 데서 국제외교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보 당국은 북한을 5년 정도 이후 미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국가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金正日)을 만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기간 연장 약속을 끌어내는 등 이런 위협을 다루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은 미국이 아닌 유럽의 최고위 외교관들이다.

부시 행정부는 아직도 검토 중이라면서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다루는 것을 피하고 있다. 국가안보 문제의 외교적 해결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대신, 식량원조와 체제용인 같은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부시는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클린턴 행정부가 십여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원료생산 시설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협정을 북한과 맺은 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미국의 정보능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적인 사찰을 통해 검증이 이뤄졌다.

부시 행정부의 일부 주장과 달리 북한은 의무조항을 준수하고 있다.

미사일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지연시킴으로써 부시 행정부는 우리의 신뢰성을 해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유럽 국가들에 먼저 허용하고 있다.

각국이 미사일 확산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길 원한다면 부시 행정부는 국제외교가 매우 중요함을 시인해야 한다.

정리=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