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발기부전, 뱃살이 기가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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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 한의사

처음 내원했을 때 30대 중반의 T씨가 꺼낸 이야기는 요즘 안으로 밖으로 모두 괴롭다는 것이었다. 2년 전에 본격적인 영업 부서로 발령을 받았는데, 접대 명목으로 회식 자리가 거의 매일 계속되었다고 한다. 본래 주량에 자신은 있었지만 일주일 내내 새벽까지 술을 마시려니 정말 힘들었는데, 처음에는 좀 버틸만 했지만 작년부터는 살이 무섭게 붙기 시작하여 지금은 10kg이 넘게 체중이 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체중보다도 ‘아랫도리’ 문제였다. 몸이 무겁고 피곤한 것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발기가 잘 안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좀 되는 경우도 완전히 발기되지 않고, 관계 중에 수그러든다고 한다. 요즘은 자신감도 없어지고 그러다보니 별로 관계를 가지고 싶지도 않아서 아내와도 소원해진 상태라고 하였다.

앞서 T씨의 경우를 보면 비만이 발기부전의 원인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비만이 발기부전의 유일한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발기부전이 발생할 수 있는 적극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대사장애를 유발하여 음경혈관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복부에 과량의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 복부내압이 항진되어 음경으로의 혈액 유입을 구조적으로 방해한다. 즉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고 가정할 때 정상 체중의 남성보다는 과체중의 남성 쪽이 온전히 발기될 확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비만은 그 자체로 질병이라기보다는, 건강을 위협하는 다른 심각한 질병의 존재를 증명하는 적신호라고 하는 편이 맞다. 대표적인 성인병이라 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의 네 가지 구성요소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이다. 비만은 다른 세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고, 당장은 아니라 해도 다른 세 질병의 발병확률을 증가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고혈압과 당뇨가 혈관 내벽과 性신경을 손상시켜 발기부전을 유발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비만 및 지방축적과 가장 관련이 깊은 고지혈증 역시 단독으로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혈중 지질이 불필요하게 높아지면 혈액 중 노폐물이 증가하여 혈관벽에 이물질을 침착시킨다. 일차적으로 혈관 내벽의 상피세포에서 산화질소 생성을 방해하며, 결국에는 동맥경화를 일으키거나 혈관의 탄성을 감소시킨다. 물론 이 과정이 진행되면 될수록 발기부전 역시 심해진다.

말초음경혈관의 확장을 기능적으로, 구조적으로 방해하는 비만은 건강한 발기를 꿈꾸는 현대의 남성들이 가장 초대하고 싶지 않는 ‘손님’이다. 그렇다면 비만으로 인한 발기부전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바로 체지방의 감량과 복부지방의 감소이다. 단순한 체중감량보다 체지방이 감소되어야만 인체 대사환경이 개선되어 음경 동맥의 원활한 확장을 도울수 있으며 복부 지방을 줄여야 물리적 압박에 의한 음경 혈관과 발기신경의 건강한 흐름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3개월 동안 체중의 10%를 감량하고, 감량 체중의 70% 이상은 체지방을 중심으로 빼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으로 발기부전을 접근할 때에도 비만의 적절한 관리는 발기부전 치료의 효과를 높인다. 물론 처음부터 본격적인 발기력 회복을 유도해도 발기부전은 호전될 수 있다. 단 비만 관리가 지속되지 않으면 발기 문제는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혈중 지질을 떨어뜨리고 혈압과 혈당을 적정선에서 유지하도록 돕는 처방 구성(利濕, 滋陰, 淸熱)을 발기부전의 집중치료 전후에 관리 차원에서 함께 해주면 발기부전 치료의 효율도 증가하고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T씨에게 비만 해소와 발기회복 치료를 위해 세 가지 생활 원칙을 제시했다. ① 금주, ② 하루 4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 ③ 고단백·저칼로리 식단이 그것이었다. 한의학적 치료에서는 (가) 지방분해를 돕는 이습거담(利濕祛痰)의 한약, (나) 말초혈관의 회복을 위한 보기활혈(補氣活血)의 한약, (다) 골반강 울혈을 풀어주는 이기화어(理氣化瘀)의 한약으로 복합 처방하였다. 3개월 후에 T씨는 이전 체중 대비 10% 감량에 성공했으며, 체지방 감소량은 8kg이었다. 특히 복부지방이 2인치 이상 감소하여 지금은 발기력과 자신감을 함께 회복한 상태이다.

건강한 발기는 멀리 있지 않다. 늘어난 뱃살부터 줄여 보도록 하자!

한의사 이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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