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집권 1년]"다시 뛰자, 대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대만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이 20일로 집권 1년을 맞았다. 그럼에도 '첫돌' 의 잔치 분위기는 간 데 없다. 경제와 외교.국방이 모두 흉흉한 탓이다.

그러나 陳총통은 더 이상 '고개숙인 지도자' 이기를 거부했다. 전방위에 걸친 적극 공세로 '도전에 대한 정면 응전' 에 나선 모습이다.

◇ 자위력 강조〓대만 인터넷 뉴스인 둥썬(東森)전자신문은 20일 중산(中山)과학원의 군사 전문가를 인용, "대만은 이미 핵무기 제조기술을 갖고 있다" 고 보도했다. 대만의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점치는 보도가 나온 적은 있지만, 정부 산하 연구기관을 통해 핵무기 제조능력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중산과학원의 한 전문가는 "대만 정부는 1993년부터 핵무기 제조 기술을 개발키 위한 '훙취안(宏全)계획' 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고 밝히고 "지금은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고 공개했다.

대만이 최근 미국에서 키드급 구축함 등을 들여오기로 하고, 다음달 탄도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 시험 발사에 나서는 것도 자위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 양안 관계 주도권 잡기〓陳총통은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오는 10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때 양안 정상회담을 갖자" 고 제의했다.

중.미간 갈등으로 양안 관계가 경색된 상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다. 교착 상태를 푸는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대만을 중국과 같은 저울추에 올려놓으려는 전략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않고 21일부터 미국 뉴욕을 경유해 중미(中美) 순방길에 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욕은 '경유' 가 아니라 '방문' 과 다름없다. 뉴욕시장 만찬 참석, 뉴욕증권거래소 참관, 국회의원 접견, 박물관 관람, 교민 리셉션 등의 일정은 국빈 방문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 경제 살리기=陳총통은 취임 1주년 하루 전인 19일을 거리 청소로 시작했다. 미화원 복장으로 휴지를 줍고, 쓰레기차를 끌었다. 오후에는 세차장으로 옮겨 차를 닦았다. 지난주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기도 했다.

총통부 관계자는 이를 "다시 뛰자는 메시지를 대만 국민에게 전하려는 의지의 표현" 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만의 경제사정은 여전히 암울하다. 지난해 취임일 9, 119를 기록했던 자취안(加權)주가지수는 1년 만인 18일에는 5, 111로 떨어졌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陳총통에 대한 지지율도 취임 초의 79%에서 지금 43%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陳총통은 자신감을 보인다. 국민의 잠재력과 탄탄한 재정상황 때문이다. 그는 최근 한 신문과의 회견에서 "대만 경제는 다시 살아난다. 잘 지켜봐달라" 고 말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