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생산체제 뜯어고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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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도요타자동차가 다시 신발끈을 바짝 조여 매고 나섰다. 다음 달 사내에 ‘도요타 경영숙(塾)’을 개설해 도요타의 전통적 생산방식을 점검하고, 국내 생산체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친다. 어려울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평범하지만 핵심 원칙에 따라 회사체제를 정비하고 나선 것이다.

도요타는 다음 달부터 조 후지오(張孵뵨夫) 회장 등 5명의 원로 경영진이 계열 부품회사와 자동차대리점 사장 등을 대상으로 ‘경영숙’을 개설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25일 보도했다. 강의 주요 테마는 완벽한 제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다듬고 고치는 ‘가이젠(改善)’을 핵심으로 한 ‘도요타 생산방식’이다. 강사진은 주로 생산과 기술개발 분야에서 경영진으로 발탁됐던 경험 있는 5명의 원로다. 조 회장이 73세인 것을 비롯해 평균 나이가 71세에 달한다. 이들은 도요타 생산방식의 체계를 완성한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1990년 작고) 전 부사장에게 직접 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다.

강사들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집중 강의를 할 예정이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대량 리콜 사태 이후 기자회견에서 “도요타가 전통적 도요타 생산방식을 스스로 내버린 것을 크게 반성한다”며 도요타 방식을 강화할 것임을 예고해 왔다.

도요타는 또 현재 국내 한 공장에서 2~3가지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는 복수 생산체제를 1개 모델만 조립하는 차종별 생산체제로 바꾼다. 도요타는 물론 소형차를 만드는 다이하쓰, 트럭을 생산하는 히노 등 도요타그룹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대상이다. 도요타그룹은 지금까지 전국 18개 공장이 2~3개 복수 모델을 동시에 생산했다. 생산 규모를 급격히 팽창시킨 결과 이렇게 된 것으로, 올여름부터는 대형차·소형차·미니밴 등 차종별로 생산하기로 했다.

도요타에 혁신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리콜 사태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미국인 10명 중 4명(44%)은 내년에 새 차를 사더라도 도요타 차는 사지 않을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특정 차량에 대해 ‘아주 싫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도 도요타(12%)가 가장 높았다. 전반적인 호감도에선 5위에 머물러 4위권에 이름을 올린 현대차보다 낮았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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