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숲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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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독특한 책이다. 아무리 그림책이라지만 정말 그림만 있다. 그것도 숲만 있다.

겉장을 넘기면 '숲 이야기' 라는 제목 아래 오솔길을 따라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두 아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양한 숲의 얼굴….

저멀리 호수가 보이고 따사로운 햇살이 느껴지는 숲, 굵은 나무 밑둥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놓여있는 숲, 짙은 녹음이 하늘을 가려 당장 박쥐라도 튀어나올 듯한 숲 등이 30쪽 가득 펼쳐진다. 소풍을 나온 듯 설레기도 하고 숲의 정적이 무섭게도 느껴진다.

그 속에 작가는 여러 동물들을 숨겨 놓았다. 토끼.거북이.다람쥐부터 올빼미.비둘기.물고기.여우.캥거루까지. 하나하나 찾아가다보면 지루함이란 없다.

하지만 숨은 그림들을 다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그저 푸른 숲을 이리 바라보고 저리 돌아다니면서 같은 푸른 색도 햇살의 양이나 방향에 따라 얼마나 다른 빛을 내뿜을 수 있는지 느껴보자. 그 맑은 공기를 들이쉬는 느낌만 갖게 돼도 충분하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숲에서 두 아이가 걸어나온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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