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기숙학원 '안전과 담 쌓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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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7일 오후 2시 경기도 포천군 H대입기숙학원 2층 기숙사. 3백45명의 학원생들이 사용하는 이곳 천장의 화재자동감지기에 포천소방서 관계자가 라이터 불을 켜 댔지만 화재경보기는 울리지 않았다. 1층 현관 옆 교수실의 화재감지기도 상태는 마찬가지였다.

지하 1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주방과 식당 사이에 난 비상구 계단은 널빤지와 두부 상자 등 식료품 재료가 차지하고 있고 비상등도 꺼져 있었다.

같은 날 용인시의 A기숙학원 강의동. 각층 복도 바닥에 놓인 소화기는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었고 일부는 시커멓게 녹슨 채 방치돼 있었다.

전국 20곳 중 17곳이 몰려 있는 수도권지역 '기숙학원' 들이 대부분 화재 무방비 상태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광주시 예지학원 화재 참사후 돌아본 화재 예방 실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 불합리한 소방법규=수도권 지역 기숙학원에서는 적게는 60명에서 많게는 6백80명에 이르기까지 모두 5천여명의 원생들이 숙식하며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규에는 이곳도 일반 학원과 동일하게 소방시설과 점검을 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소방법상 기숙학원은 교육연구시설로 분류돼 근린생활시설과 마찬가지로 연면적 6백㎡ 이상일 경우 자동화재탐지기와 유도등.소화기 등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 많은 학생들이 한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데도 스프링클러조차 설치할 필요가 없다. 스피링클러의 경우 11층 이상, 또는 바닥면적이 1천㎡를 넘는 4층 이상 건물에만 달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 주먹구구식 운영〓기숙학원의 경우 기숙사와 식당은 해당 교육청과 시.군에서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기숙학원들 중 기숙사와 식당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정원초과도 다반사다. 용인시 K학원의 경우 교육청에 신고한 학원생 수는 80명. 그러나 실제론 세배 가량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러다보니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국의 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기숙학원이 관할 교육청과 해당 시.군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는 등 지적을 받은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경기도 광주=정찬민.전익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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