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학원 화재] '마지막 편지'에 유족 오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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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속이라도 한번 썩였으면 이렇게 가슴 아프지나 않지…. "

숨진 이은희(19)양의 아버지 이주태(44)씨는 17일 화재현장 부근 건물에 마련된 임시 빈소에서 딸이 어버이날 보낸 '마지막 편지' (사진)를 손에 쥐고 오열했다. 편지에는 기숙생활을 하느라 떨어져 있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이 녹아 있다.

"…당뇨로 고생하시는 아버지, 저 때문에 그런거 아닌가 하고 많이 속상하고 죄송스러워요. 빨리 건강을 회복하셔서 저 대학가면 함께 낚시가요. …"

올초 서울 S여대에 합격한 李양은 의대에 진학, 불쌍한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여자 슈바이처' 가 되겠다며 재수를 고집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딸에게 재수를 허락했던 아버지는 지난달 지병인 당뇨가 악화해 홀어머니가 계시는 충남 공주로 내려갔다. 그는 "방학 때 카네이션을 사가지고 내려오겠다던 은희의 말이 귀에 생생하다" 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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