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만 사장 '태권도가 암세포 격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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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태권도를 통해 암세포의 공격을 이겨낸 파란 눈의 사나이.

영화.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CBS 스튜디오의 마이클 클라우스만(50)사장은 다음달 2일 CBS와 미주 무도협회(AMAA)가 공동 주최하는 'CBS 국제 태권도대회' 장년부에 선수로 출전한다.

나이 50에 태권도 선수로 출전하는 그의 이야기는 용기와 희망을 담은 인간 승리다.

1971년 캘스테이트 노스리지 대학을 졸업한 그는 CBS 스튜디오의 프로그램 제작 보조업무로 시작해 성실함을 무기로 20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시샘이라도 하듯 91년에 식도암과 위암이라는 사형선고가 그에게 내려졌다.

의사 다섯명이 달라붙어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했지만 번식력 강한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식욕부진과 극심한 불면증이 그를 괴롭혔다. 몸무게도 갈수록 줄고 체력도 떨어져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만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1년여간의 투병 생활 뒤 상태가 다소 호전되자 그는 자신의 일터로 돌아갔다.

항암제와 치료약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던 그에게 98년 액션스타 척 노리스가 태권도를 권유하며 자신의 스승인 유병용(67) 사범을 소개했다.

유사범은 64년 도미한 태권도 9단의 고수로 스티븐 시걸.재키 챈(성룡).홍금보 등 쟁쟁한 영화배우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한 '그랜드 마스터' 였다.

"암 환자에게 태권도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며 회의를 품었던 그는 함께 땀을 흘리는 유사범에게서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그리고 '평화와 사랑으로 함께 하자' 는 명상과 함께 신체를 단련했다.

투병 중일 때 느껴보지 못한 삶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도 생겨났다. 매주 3회씩 아침부터 도장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한 지 1년 뒤 그는 주치의로부터 "암세포가 거의 소멸됐다. 이제 치료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그는 지난 1월 꿈에 그리던 검은띠를 획득한 뒤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태권도 대회 출전이었다. 나이와 건강을 고려해 유사범도 만류했지만 그의 완강함을 꺾지 못했다.

4남매를 둔 클라우스만은 자선사업에도 남다른 애착을 가져 불치병 아동병원이나 고아들에게 자신의 연봉 절반을 기부한다.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엉덩이뼈가 뒤틀리고 극심한 시력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을 자신의 양아들로 입양하기도 했다.

CBS 마셜아트 센터에서 훈련에 열중인 클라우스만은 "암으로 고통받는 한국인 등 모든 환자들에게 용기와 도전 정신을 심어주고 싶다" 며 "입상하지 못해도 좋다.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며 환하게 웃었다.

LA 지사〓김현승.김경원 기자

사진=전홍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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