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압력 높아지면 미 보병 2사단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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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의 랜드(RAND)연구소가 14일 발표한 전략 보고서의 핵심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 군사력을 중국의 위협에 맞춰 재배치해야 하며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경우에 대비해 주한 미군의 규모와 역할을 재조정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기존의 안보.국방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의 아시아 방위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보고서의 책임 집필자인 잘마이 카릴자드 수석연구원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국장으로 부시의 당선자 시절 국방부 인수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 주한 미군 감축=보고서는 "남북 정상회담은 아시아의 정치.군사 상황이 미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급속히 변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며 남북한의 통일이나 관계 진전 등으로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면 한반도와 주변국에서 미군 주둔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도 미군을 반드시 한반도에 주둔시켜야 하지만 철수 압력이 높아지면 주한 미 보병 제2사단을 감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2사단은 전략적 기동성을 갖춘 제82공수사단이나 제10산악사단과는 달리 한반도 방어에 맞게 편제돼 있어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의 위기상황에 신속 대응군의 구실을 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오산과 군산의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네개의 전투비행대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미군 감축 압력이 높아지면 이중 한개 기지를 없애고 한두개의 비행대대를 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준비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경우 일본 내에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될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주일 미군에 대한 철수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남북한이 통일된다 해도 반드시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전략=랜드 보고서는 중국과 대만의 잠재적 군사충돌 가능성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현안으로 떠올랐다며 군사전략의 중심을 유사시 대만을 지원하는 데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오키나와(沖繩) 남쪽의 시모지시마(下地島)에 공군기지를 만들고 공군력을 증강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모지시마는 대만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 불과 4백5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유사시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3천m급의 활주로를 갖춘 비행장이 있다는 이점도 있다.

보고서는 또 냉전시대 미군의 아시아 전진기지였다가 1992년 미군이 철수한 필리핀과의 안보협력 관계 재구축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양안 분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보고서는 남중국해에 가까운 베트남에도 군사력을 배치하고 동남아 및 서남아 지역에도 유사시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항만시설과 비행기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예영준.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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