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제한 지켜야 재벌 규제완화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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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은 15일 "개혁은 합의사항" 이라고 강조했다.

국무회의에서 재벌 개혁 찬반 논쟁에 대한 진념(陳稔)경제부총리의 보고를 받고서다. 그러면서 "현 정부 출범 이래 지속해 온 4대 개혁을 상시 개혁으로 줄기차게 추진해야 한다" 고 다짐했다.

◇ DJ "재벌 개혁 흔들림 없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제화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金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다. 기업 구조 개혁의 핵심인 재벌 개혁은 흔들림이 없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1998년 1월 당선자 시절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재계(政.財界)' 합의사항을 환기한 것은 그런 의지를 과시한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아침 陳부총리.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이해찬(李海瓚)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당정 간담회에서도 확인됐다.

李의장은 "(재벌 개혁의)핵심은 계열사간 출자총액 제한인데 재계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규제를 완화하기 힘들다" 고 밝혔다. 정.재계 합의사항인 '5+3' 원칙을 재계가 먼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재계는 ▶경영 투명성 제고▶상호 지급보증 해소▶재무구조 개선▶핵심 역량 강화▶지배주주.경영진의 책임 강화(5대 원칙)를 받아들였고, 金대통령은 이듬해 8.15 경축사에서 3대 보완 원칙(▶제2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순환출자 억제.부당 내부거래 차단▶변칙 상속.증여 방지)을 제시했다.

◇ 초점은 출자총액 제한=요즘 여야 정치권과 재계가 뜨겁게 맞붙은 대목은 이런 합의 중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출자총액 제한 조치다.

李의장은 "올 들어 재벌의 출자총액 규모가 순자산의 30%(현행 한도는 25%)를 넘었고 금액도 세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말했다. 또 "(재벌들이) 사업 다각화가 아닌 규모만 키워 계열 기업 수가 80여개나 늘었다" 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강운태(姜雲太)제2정조위원장은 "30대 재벌은 출자총액 한도 초과액 23조원 가운데 예외 부분 13조원을 뺀 10조원을 내년 3월 말까지 해소해야 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재벌 정책 논란이 확대되는 데 대해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재계와 정치권이 싸우는 것처럼 비춰져 시장에 혼란을 주고 국제 신인도가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필요한 점도 감안해야 할 형편이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재벌 개혁의 큰 틀을 지키되 불합리한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는 주장이 잇따른다. 姜위원장이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와 관련해 출자총액 제한 조치를 탄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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