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개 정신병원 의사정원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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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는 7월 정신보건법 개정 법률 시행을 앞두고 4천7백여명의 의료보호 정신질환 환자들이 애물단지가 될 처지다.

개정법이 70병상당 정신과 전문의 한 명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40여곳의 정신병원들이 이 기준에 미달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개정법을 적용할 경우 전국 81개 전문 정신병원을 통틀어 정신과 전문의가 84명 부족하며 4천7백25명의 환자가 법정 기준을 초과(대부분 의료보호 환자)한 상태라고 15일 밝혔다. 대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이들 의료보호 환자가 오갈 데 없게 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신병원들은 법 시행 시기를 연기하거나 조건을 완화하든지, 건강보험의 55%에 불과한 의료보호 수가(酬價)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신병원협의회 최재영 부회장(청아의료재단 이사장)은 "월급 6백50만원에다 퇴직금, 아파트 전세를 제공해도 정신과 전문의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라면서 "1999년 이후 수가를 묶어둔 채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강행하면 환자만 피해를 볼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경정신의학회 민성길 이사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 면서 "두 차례 유예했는데도 병원들이 의사를 못 구해 다시 연기하자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비판했다.

당국은 정신보건법을 97년 개정하면서 의사당 병상수 제한 규정을 지난해부터 적용하려 했으나 현실 미비를 이유로 올해 7월로 시행시기를 연기했었다. 2003년부터는 60병상당 의사 한명을 확보하도록 기준이 강화된다.

4년여간의 법 시행 유보 기간에 복지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가 법 시행 시기가 임박하자 정책토론회를 계획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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