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막바지 봄 혼수 판촉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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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이달 말 결혼하는 김연자(26.회사원.서울 홍은동)씨. 그녀는 혼수준비를 하면서 허리띠를 바투 졸라맸다. 경기불황의 여파다. 살건 빠짐없이 다 샀지만 비싸지 않은 실용형을 구입했다.

가전제품을 보자. 김씨는 TV.VTR.냉장고.세탁기.청소기.전자레인지.밥솥.오디오 등 8가지만 구입했다. 살림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용량도 4인 가족의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중소형을 택했다. 이들 혼수 가전 구입에 3백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최근 결혼한 조미정(28.경기도 일산)씨. 조씨는 혼수가전 구입에 5백만원 정도를 들였다. 자금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그녀는 그러나 10년 이상 사용하는 가전제품인 만큼 이왕 마련하는 바에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냉장고도 양문형 대형을 택했다. TV도 디지털방송 시대에 대비, 대형 평면TV를 샀다.

올 혼수시장이 양분화하고 있다. 실속형 알뜰 혼수족과 고급.대형을 선호하는 부류로 나뉘고 있다. 신혼 살림은 대부분 작은 집에서 시작한다. 실속파들은 여기에 맞게 중소형 제품을 샀다가 집을 늘릴 때 대형으로 바꾸자는 생각들이다. 반면 고급.대형 선호족들은 신혼살림이 대부분 내구재인 만큼 제대로 된 제품을 사 오래 사용하려 한다.

업계는 이 들 두 부류의 비중을 6대 4 정도로 파악한다. 40% 정도가 고급.대형 선호족이라는 말이다.

가전업계는 이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판촉에 나서고 있다. 실속파를 위해 한꺼번에 두 가지 기능을 가진 복합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급형 선호족들을 겨냥, 홈시어터 구축이 가능한 비디오.오디오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해마다 결혼하는 사람은 대략 40만 쌍 정도. 1쌍당 보통 2백만~5백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산다. 그래서 혼수가전 시장은 1조~1조1천억원이나 된다. 가전 업계로서는 가장 큰 시장이라 볼 수 있다. 업계는 특히 혼수가전의 경우 젊은층으로의 제품 전파속도가 빨라 홍보 효과도 큰 것으로 파악하고 마케팅에 역점을 두고 있다.

90년대까지 대부분의 예비 부부들은 실속형 상품을 선호했다. 염가형.보급형을 많이 구매했다. 혼수 비용 부담 때문이다. TV.VTR.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오디오.청소기.전기밥솥 등을 혼수 가전 필수품으로 생각했다. 구매 행태도 한 대리점에서 한 메이커의 제품을 패키지로 샀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고 있다. 40대 가정에서 주로 사던 5백80ℓ 이상의 초대형 냉장고를 사는 커플도 많다.

김치냉장고.DVD플레이어.컴퓨터 등이 혼수 가전으로 추가됐다. TV도 20인치보다는 29~33인치를 마련하기도 한다. 디지털 수준에 적응이 가능한 완전평면 TV도 많이 사간다. 패키지 구매보다는 여러 회사 제품 중 마음에 드는 품목만을 골라 산다.

신세대의 취향인지 인터넷을 통한 구매도 늘고 있다. 냉장고를 대형으로 선택하는 커플들은 1주일분 시장을 한꺼번에 봐야하는 맞벌이 예비부부들이다. 대형TV를 마련하는 커플들은 홈시어터를 구축, 신혼분위기를 돋우려 한다.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올 혼수 시장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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