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권교사 "교과서 '밖'으로 시야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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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공부 ·효 ·스승 ·잘사는 삶 …’

광주전자공고 국어교사 이재권(51)씨의 학습 지도안에 깨알같이 쓰인 말들이다.교과서 교육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교과서를 갖고 다니지 않는 그는 교과서 내용보다 교과서 ‘밖’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환경 ·종교 ·철학 등을 주제로 삼고 시집을 읽어주며 사랑 얘기가 나오면 ‘열아홉 순정’을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수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도 그의 수업시간만은 눈이 빛난다.

하지만 독특한 수업방식은 자주 논란거리가 된다.이번 학기 들어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그에 대한 글이 80여건이나 올랐는데 ‘공부는 안하고 늘 논다’며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 밖으로부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동서양 문학 이해를 돕기 위해 종교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특정 교파로부터 공격을 당하거나 엉뚱한 얘기를 한다고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1996년부터 그만의 수업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공부자체가 재미있어야 하고 교과서 밖의 다양한 주제를 통해 인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고집때문이다.

‘전국 국어교사’모임 등에서 수업방식 발표 요청을 받기도 했으나 또다른 ‘틀’을 우려해 한사코 사양했다.

이 학교 장복일 교감은 “대학입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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