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병역비리 수사때 기무사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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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차 병역비리 수사(1998년 5월~99년 4월) 직후 있었던 기무.헌병 병무비리 집중 수사과정에서 기무사 직원의 비리와 관련한 군검찰 수사에 기무사 요원들이 개입한 사실이 나타났다.

일부 기무사 관계자들의 수사 개입은 우선 지난해 10월 기무사와 모 언론사간의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했던 서울지법 민사25부의 판결문에 나타나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무사 부대원들이 군검찰 조사 대상인 군의관과 기무사 요원을 상대로 수사팀의 불법수사 여부를 (거꾸로)조사하고 수사팀에서 진술할 내용을 미리 확보하는 등으로 수사 기밀이 누출되면서 수사가 원만히 진행되지 못하게 됐다" 고 밝혔다.

일부 기무사 요원들이 사건에 연루됐던 군의관 등에게 군검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진술을 하도록 강권한 점도 드러났다. 이는 본지 취재팀이 입수한 당시 군검찰의 병역비리 수사기록에서 확인됐다.

기록에 따르면 한 지방 국군병원에 근무 중이던 모 군의관은 "99년 7월 23일 일부 기무사 관계자가 병원으로 찾아와 '잘못된 군검찰의 수사방법은 시정돼야 한다' 는 등의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 고 진술했다.

이 군의관은 "경위서 작성을 거부하자 '기무사를 한번 믿어달라' 며 지속적으로 요구해 원하는 내용을 써줬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무사측은 "당시 병역비리 전력자인 민간인이 수사에 참여해 기무사 요원들을 조사하는 등 부당한 표적수사를 하고 있어 진실규명 차원에서 일어난 일" 이라며 "수사 개입설은 근거없는 모함" 이라고 밝혔다. 또 "수사가 끝난 뒤 내부 감찰 차원의 조사였으며, 수사 개입 오해를 살 행위를 한 두명을 경고 조치했다" 고 밝혔다.

당시 수사에서는 기무.헌병 요원 22명의 병무비리 혐의가 포착됐으나 7건만 사법처리된 바 있다.

한편 1차 병역비리 수사 수석 군검찰관이었던 이명현 소령(미국 국비유학 중.군법무관 9기)은 본사와의 국제통화에서 "당시 기무사측 압력과 수사 개입으로 기무사 관련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그는 박노항 원사 검거로 재개된 병역비리 수사와 관련, 13일 "병역비리 수사가 기무사로 확대돼야 한다" 고 말했다.

강주안.정현목.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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