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안보 한국이 이해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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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박2일에 걸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의 서울 방문은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미국의 신(新)안보개념인 '전략적 틀(strategic framework)' 을 설명하고 우리측의 '이해' 를 구한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미국이 '전략적 틀' 에 공격적 개념인 '대량살상무기의 반(反)확산(counter-proliferation)' 까지 추가한 것은 이른바 '불량국가' 들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외교적 제재에만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아미티지 부장관 일행과 임성준(任晟準)차관보 등 외교부 당국자들과의 10일 연석회의는 '전략적 틀' 에 대한 미국측의 설명과 우리측의 질문으로 이뤄졌다.

◇ 통합안보 개념=연석회의에서 미측은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과 '반확산' '미사일방어(MD)' '일방적 핵무기 감축' 등 '전략적 틀' 의 네 가지 요소의 통합성과 연계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핵.미사일.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수출.기술이전을 막는 '비확산' 을 위해 관련국들을 상대로 직접협상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게 미국 외교안보의 1차적 목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비확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량국가' 에 의한 위협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반확산' 또는 '미사일방어' 를 통해 미국 및 동맹국.우방을 보호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은 '반확산' 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부의 비난과 관련, "국가 자위권을 확대해석하는 게 국제법의 추세" 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MD 이해 요청=제임스 켈리 차관보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갖고 온 것도, 한국측의 동참을 강요하러 온 것도 아니다" 고 말했다. 즉 MD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우리측의 '이해' 를 요청한 것뿐이라는 얘기다.

미측은 특히 MD가 불량국가 등 소수의 제한된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에 우리측은 "미국이 새로운 국제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MD계획을 추진해야 하는 환경과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며 일단 이해를 표시한 뒤 동맹국 및 관련국과의 긴밀한 협의 등을 통한 추진을 강조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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