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서도 지지 잃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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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의원들은 요즘 "우리 지지자들의 응집력이 최고" 라고 자랑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지지계층쪽에서 이탈현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때 여당을 지지한 사람 중 45.1%가 지지를 철회했다" 는 당 자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의원들이 민심현장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이탈률이 높은 것으로 나온 호남(23.1%)과 경기.인천(22.4%)의원들이 더욱 그랬다.

10일 열린 새만금사업 토론회(대한상의)에는 정균환 총재특보단장.정동영 최고위원.정세균 기조위원장, 강현욱.장영달.장성원 의원 등 전북 출신 의원들이 대부분 나갔다.

그 자리에서 지역구의 다수 여론대로 "사업을 강행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래(李康來.전북 남원)의원은 "4.26 지방선거 패배의 파장이 크다. 앞으로 지방선거 때도 민주당보다 무소속이 낫다는 일부의 얘기가 나온다" 고 말했다.

호남 출신 의원들은 "지역개발이 더디다는 역(逆)차별론이 널리 퍼져 있다" (김경천.광주동구)고 말한다.

전남 출신 모의원은 "호남 여론이야 야당으로 가지 않겠지만, 이곳의 민심불만이 국정의 안정적 관리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 이라고 지적했다.

'지지층 이탈' 에 더 민감한 쪽은 수도권이었다. 몇백표차 승부의 격전지인 때문이다. "구조조정.경기악화에 따른 40대.자영업자.주부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 (鄭長善의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흐름을 차단할 대책 마련에 당 지도부는 골몰하고 있다. 두 가지 방향에서 수습안을 짜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하나는 새만금.의약분업 등 민심을 화나게 했던 정책을 새로 내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국 주도의 틀을 재정비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충북 청원연수원에서 지구당 홍보책임자를 불러 모은 김중권(金重權)대표는 그런 방향에서 'DJ개혁 이미지와 강한 여당론' 을 다듬어 내놓았다.

그는 "인기없는 개혁을 안할 수도 있지만 개혁없이는 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없다" "여당이 믿음직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면 국민이 불안해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민련.민국당과의 3당 정책연합을 통해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당의 정체성(正體性)을 말할 때가 아니다" 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DJP+α 구도와 민생경제정책의 양날개를 통한 민심관리.국정 운용이 이 시점에서 최선이라는 판단은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 라고 전했다.

정세균 기조위원장은 "31.2%의 이탈층은 아직 무당파(無黨派)에 머무르고 있다. 서민.중산층을 위한 개혁정책을 밀고 나가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고 자신했다.

청원=김종혁.최훈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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