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컬렉션] '수수께끼 변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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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위풍당당 행진곡' '사랑의 인사' 로 유명한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1857~1934).

엘가는 1889년 인도 주재 육군 장군의 딸 캐롤린 앨리스와 결혼하면서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다. 이 즈음 그는 콧수염을 기르고 장교풍의 헤어스타일을 해 영락없는 귀족의 모습이었다.

엘가의 음악에 자주 등장하는 악상기호는 '귀족풍으로' 라는 뜻인 '노빌멘테' .어깨에 힘을 준 귀족의 풍모를 자아낸다. 하지만 음악가로서 엘가는 40세가 되어서도 시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틈틈이 행사용 소품이나 성악곡을 발표하는 무명 작곡가에 불과했다. 이런 그를 출세가도에 올려놓은 곡이 바로 '수수께끼 변주곡' (1899년)이다.

수수께끼 변주곡의 12개 악장에 나오는 머리글자는 엘가 주변 인물의 이름들. 케임브리지대 출신으로 농장과 금광을 소유한 리처드 타운젠드, 하스필드 변호사 윌리엄 베이커, 우스터셔 필하모닉 소사이어티 사무국장 위니프리드 노베리…. 결혼 전부터 아내 앨리스와 절친하게 지내던 귀족들이다.

나머지도 전문직에 종사하는 중산층이다. 건축가 트로이트 그리피스, 노벨로 출판사와 뮤지컬 타임스 편집인 오거스터스 재거, 히어포드 대성당 오르가니스트 조지 싱클레어 등. 마지막 변주는 엘가의 자화상이다.

수수께끼의 주인공은 악보 위에 '***' 라고 표기해 의문을 자아내는 제13변주뿐만이 아니다. 주제가 암시하는 테마가 브람스 교향곡 제4번, '올드 랭 사인' , '즐거운 나의 집' 중 어느 것인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에이드리언 불트 경이 지휘한 런던심포니의 녹음(EMI)은 다채로운 관현악법을 구사해 발레음악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이 곡의 '귀족적인 악상' 을 잘 그려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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