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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 그려낸 두 거장의 숨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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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장욱진이 말년에 머물던 용인 마북리 화실에서 단순함의 극치로 ‘붓장난’하듯 그림 먹그림.

▶ 쪼그려앉은 사내들의 옆 모습에서 한국 서민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박수근의 65년작 ‘앉아있는 두 남자’.

박수근(1914~65)과 장욱진(1917~90)은 한국미술사에서 '우리 것을 우리 것답게' 그리다 간 화가로 꼽힌다. 우둘투둘 투박한 이 땅의 화강암 닮은 화면에 서민의 고단한 일상을 새겨넣은 박수근, 멍석의 짚 결이 보이는듯 투명하고 단순한 캔버스에 자연과 새와 사람을 말갛게 그린 장욱진 모두 한국인이 돌아가야 할 고향을 그리워한 은자였다.

속세를 떠나 초야에 묻히기를 갈망하던 두 사람이 작품과 함께 영혼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에 세워진 박수근 미술관은 개관 두 돌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온 박수근의 작품들'전으로 고인을 추모한다. 생가터에 미술관을 세웠지만 정작 소장품이 없어 애태우던 유족은 지난 2년 동안 뜻 있는 미술 애호가들이 기증해준 유화 3점과 수채화.드로잉.판화.삽화첩 등 102점을 알뜰하게 모아 이번에 선보이고 있다. 박수근이 그림 친구였던 이응로에게 보낸 판화연하장 4점을 부인 박인경씨가 모아 기증한 것도 화제가 됐다. 잎을 떨군 벌거벗은 나목(裸木) 아래 아이를 업거나 함지박을 인 어머니의 모습, 선한 옆 얼굴을 보이며 쪼그려 앉은 사내들의 초상은 한 시대를 증언하면서 우리 가슴에 가라앉는다. 2005년 3월 31일까지. 033-480-2655.

'나는 심플하다'를 외치며 술과 그림 사이를 떠돌던 장욱진은 기인의 풍모로 어두운 시대를 헤쳐왔다. 문화부가'11월의 문화인물'로 장욱진을 선정한 것을 기념해 2일부터 21일까지 마련된'장욱진 전'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두가헌과 경기도 용인 마북리 화실 두 곳에서 이어진다. 고인이 말년을 지내며 마지막으로 육신을 소모하듯 그리던'먹그림'의 고향 마북리 화실은 그의 그림에 나오는 단순한 한옥 집을 꼭 닮았다.

자신의 먹그림을 '붓장난'이라 부르던 화가는 덧없음에 대한 본능적 귀의를 말 그대로 '심플하게' 남기고 갔다.

유족이 만든 '장욱진 미술문화재단'(이사장 이순경)은 12일 오후 2시 갤러리현대에서 '화가의 예술과 사상'을 주제로 한 기념 심포지엄도 연다. 02-734-6111.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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