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있으나마나 공모주 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사라져가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설정된 '공모주 채권펀드'(공모주만 주식으로 편입하는 펀드)는 전혀 없다. '공모주 혼합펀드'(편입 주식에 공모주가 포함되는 펀드)는 5개가 설정됐지만, 대부분 주식편입 비중이 1%도 안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운용사들마다 펀드 이름에 '공모주'만 붙이면 인기몰이를 해, 감독당국이 이를 제한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몇달간 공모주들의 주가가 발행가 밑으로까지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얘기가 달라진 것이다.

'공모주 채권펀드'18개 중 지난 7~9월 수익률이 같은 기간 채권형 펀드의 평균수익률(1.78%)보다 높은 게 하나도 없었다. 공모주를 통해'채권 수익률+α'를 얻는다는 명분을 잃은 것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공모주펀드에서 돈을 빼가면서, 그 규모는 지난 5월 1조원대에서 지난달 7000억원대로 급속히 줄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공모주들의 실패가 이어지면서 운용사들의 고민도 커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채권에서 벌은 수익을 공모주 투자로 까먹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공모주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분석 등을 통해 우량기업을 철저히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에 토비스 등 7개 기업의 공모주 청약이 예정돼 있어, 연말을 앞두고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코스닥위원회는 또 지난주 에이블씨엔씨 등 10개 회사가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동양오리온증권.신영투신 등 일부 증권사는 "연말 이후 지금까지 기업공개를 미루던 기업들의 공모가 활발해질 수도 있어 관련 상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모주펀드가 인기를 되찾으려면 공개기업들이 공모주 발행가를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혜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