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와이드] 전주시 '국악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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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북 전주시 조촌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현미(8)네 집은 국악가족이다.

초등학교 교사 부부인 아빠(정상현 ·38) ·엄마(양향숙 ·36)와 동생인 은아(7)까지 네식구가 모두 전북 도립국악원에 다닌다.

월∼금요일까지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아빠는 사물놀이를 배우고 현미는 엄마 ·동생과 함께 판소리를 배운다.

현미네 가족이 국악원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1999년 7월부터다. 경기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고향인 전주로 전입해 오면서 아빠와 엄마가 국악원에 등록을 했다. 6개월 동안 사물놀이반에서 장구 ·북 ·징 ·꽹과리 등을 배웠다.

당시 6살 ·5살인 현미 ·은아는 엄마 ·아빠가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지만 지난해부터는 판소리반에 등록해 북과 창을 배우고 있다.

중모리인 유람가,춘향가중 자진모리 ·단중몰이 등을 떼고 현재는 진양조 가락을 익히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현미는 배운 것을 쉽게 소화해 선생님 칭찬을 많이 받는다.

"때로는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지만 소리를 하는 시간은 저절로 신이 나요."

휴일이면 현미네 가족은 등산을 하면서 판소리 공연을 한다.

"만고강산 유람할제 삼신산이 어디메뇨"하고 '유람가'한목에 입을 맞추기도 하고 식구들끼리 선창 ·후창을 나눠 실력을 뽐낸다.

등산객들이 "어쩌면 그렇게 우리 소리를 잘하느냐"며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어디서 소리를 배울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많다.

아빠인 정상현씨는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아 우리 식구 네명으로 사물놀이 패를 만들어 사회복지시설에서 흥겨운 우리 가락 ·우리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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